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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놀이동산

싱가포르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을 땐 거기 날씨답게 엄청 습하고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원래 테마파크라는 곳이 환상의 이미지를 심어주니까 싫어할 사람이야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그 분위기를 먼저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영화보다도 애니메이션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일 거다. 마다가스카르 OST가 흥겹게 들려오고 여기저기 캐릭터들이 진짜처럼 서 있는데, 애니메니션의 한가운데로 폭 빠진 것 같은 착각. I like to move it, move it이 들려올 때마다 고개가 앞뒤로 흔들거리며 없던 흥마저 솟아올랐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꼭 같이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그곳에서 처음 어렴풋이 했다. 그러다가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역시 아기가 태어나고부터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

캠핑 대신 바비큐

아이가 좀 크면 베짱이 가족이 되어 함께 캠핑을 다니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살자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자연을 누비며 풀벌레 소리를 듣고,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감수성을 키우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그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남편은 부지런히 캠핑용품을 하나둘씩 사다 모았고 나는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우쿨렐레를 챙겨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는 텐트 치고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좋아했으나 우쿨렐레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편안하고 안락한 콘도미니엄에 가서 자동차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으며, 고기를 굽기도 전에 숯에 불 붙이는 과정에서 흥미를 잃었다. 역시 계획한 대로 되는 건 별로 없다. 아이도 나름의 독립된 인격체니 그 취향을 존중해줘..

타프 신고식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 풍경이 바뀌었다고 뉴스에서 떠들었다. 북적이는 여행지 대신 캠핑족이 늘고, 캠핑 예절을 지키지 않는 초보 캠핑러들 때문에 기존 캠핑러들이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거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실소가 새어 나왔다. 어쩌면 우리도 그중 하나일지 몰라서다. 하이원에 가서 아이랑 워터파크도 가고 카지노도 구경시켜주겠다는(입장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계획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 때문에 또 변경되었다. 워터파크도, 카지노도 들어갈 수 없는 하이원이라. 그럼 대체 뭐하지, 하다가 근처에 계곡이 많으니 당일치기 캠핑으로 고기 구워 먹고 오는 걸로 결정했다. 지난번 뙤약볕에서 고기 구워 먹는 고생을 한 후 남편은 타프(그늘막)도 질렀다."어차피 우리는 아이 때문에 당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