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두 돌이 되던 겨울, 우리는 스키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기에게 새하얀 눈밭을, 설경을 보여주자는 명분이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삼 년간 못 가본 스키장 분위기에 대한 그리움이, 명분으로 합리화되었다. 스키는 못 탈지라도 눈썰매장만 가도 충분할 것 같았다.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 부근에 조성된 눈썰매장에 아기를 내려놓았을 때, 아기는 그야말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무장을 한다고는 했지만 칼날처럼 스치는 강한 바람과 추위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것일 테니, 어른인 우리도 추운데 두 돌 아기는 오죽하랴 싶었다. 그러나 이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이 신기하기는 한지 만져도 보고,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미끄러져 보기도 했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긴 줄을 기다려 드디어 눈썰매를 탈 차례가 되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