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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여행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질척이는 아스팔트를 걸으며 길을 가는데 우연히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번 주말에 비 엄청 온다는데." "이야,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캠핑을 가야 하는데." 으음?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캠핑 가는 건가? 초보 캠핑러인 내 입장에서는 제법 참신한 발상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날이 좋아야만 캠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역시 초짜다운 발상이다. 날이 좋아서 혹은 날이 좋지 않아서 그 모든 날이 너와 함께라서 좋았다는 어느 드라마 명대사처럼, 진짜 캠핑러에겐 날이 좋든 좋지 않든 캠핑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날이 없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가 제법 여행의 중수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던 나는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여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날씨는 없다고 생각했..

초보 캠핑러

산정호수는 남편과 만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비교적 초창기에 방문했던 데이트 장소다. 그때는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몰랐으므로 상대에게 시간을 들여가며 서로를 알아가야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 호수도 뭔가 알 듯 말 듯한 분위기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특히,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얼핏 보았던 콘도미니엄, 절벽 같던 제방, 김일성 별장터, 호수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나왔던 독특한 한옥 등이 아련하게, 한 번 더 방문하여 좀 더 알고 싶은 종류의 어떤 것으로 각인되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역시 숙박시설. 아이가 제대로 잠을 못 자면 모두의 컨디션이 망가져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없으므로, 산정호수 여행을 하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알아본 건 그 콘도미니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