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육아일기 D+182 : 집안일

gowooni1 2018. 6. 19. 15:29

아기 감기기운이 꽤 오래 지속된다. 거의 한 달 째. 이번 달 초에 받아온 감기약을 먹였는데 약기운 때문인지 보채면서도 몸이 늘어진다. 덕분에 나도 한 달 가량 감기기운에 코도 막히고 머리도 띵하고 목도 아프다. 아기가 아픈 것은 마음이 아프고, 내가 아픈 것은 몸이 아프고, 둘 다 아픈 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쨌든 지금은 아파도 아플 수 없는 상황인데 면역력과 체력은 바닥을 기고, 남은 것이라면 끝도 없는 빨래감과 청소 등 온갖 집안일이다.


딱히 결혼을 했다고 해서 집안일을 좋아하게 되었다거나 그런 적은 없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정도였달까. 빨래를 하지 않으면 옷이 없고,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그릇이 없으니까 한 것 뿐. 그래도 하기 싫으면 입은 옷 한 번 더 입고 음식은 나가서 사 먹으면 되었다. 청소? 지저분하지만 바닥은 몇 번 닦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유식을 해야 하니 음식을 해야하고, 작은 사람 하나 늘었을 뿐인데 빨래를 수시로 돌려야 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단연코 청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는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위험하거나 지저분한 요소가 들러붙지 못하도록. 마트에 가면 가장 집중해서 보는 코너가 각종 청소 용품들을 진열해 놓은 곳이 되었다. 화장실은 멸균을 하고 싶은 것인지 각종 살균제품을 다 구비하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집안을 청소하고 나면 힘들기만 했는데 요샌 마음을 비우고 수행하는 마음까지 든다. 그러다 보니 깨끗해진 집안을 보고 있으면 뿌듯한 경지에 이르렀다. 예전이라면 청소를 하고 나서 무엇 무엇을 해야지, 하는 다른 우선순위의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는데 요새는 청소를 하고 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버린 것 같아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기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이 쏜살같이 지나가니 시간에 대한 개념도 흐릿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일 분 일 초의 단위로 내게 주어진 시간 허투로 쓰지말고 멋지게 살자,가 내 인생 초반-태어나서 아이 낳기 전이라고 해두자-을 관통하던 가치관이었는데, 요새는 그냥 시간이 하나의 덩어리 같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비슷한 한주먹씩인거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덩어리로 보기 시작하면 오히려 시간에 지배당하는 기분이 없어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