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육아일기 D+181 : 뒤집기와 잠자리

gowooni1 2018. 6. 18. 13:09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의 일상을 기록해야지 싶었는데, 그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블로그나 SNS에 자신의 일상을 매번 업로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예전의 내가 얼마나 기록에 열정을 지니고 있었는지 새삼 느낀다. 하지만 기록을 하지 않는 시간의 장점도 있다. 기록을 하다보면 어느새 기록에 얽매여 진짜 내 삶을 놓칠 때도 많다. 진정 내 삶을 살고 난 후 그걸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는데, 기록에 치중하다보면 어느새 기록을 하기 위한 거짓 삶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종종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약간의 여유도 생겼고-이 여유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은 여유가 없어지더라도 내 부지런함이 부활하길 바라면서- 다시 일상의 기록에 충실한 자로 살아보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되다보니 많은 초점이 아이와 부모된 사람으로서의 삶이 기록될 것이다.


아이는 오늘로 태어난지 181일을 맞이하였다. 남들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지난 수요일, 그러니까 D+176일이 되던 날 처음 홀로 뒤집기를 성공했다. 오롯이 혼자 뒤집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당연한 일이다). 뒤집으려고 낑낑거리며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시대가 끝났구나'라는 아쉬움을 느꼈다. 가만히 누워서 팔다리만 바둥거리며 남의 도움만을 기다리던 아이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매번 아이를 안아 드느라 지친 팔근육 피로가 조금은 풀리려나 하고 생각했다. 출산 전, '이제 남편과 단 둘이 살던 시대가 끝나가는구나'하고 느끼던 기분과 사뭇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쉬움이었다.


한 번 뒤집기 시작한 아기는 특히 잘 때 폭풍처럼 뒤집기를 해서 매번 낑낑거리며 깼다. 아직 혼자 원래대로 돌아오는 뒤집기를 못해서 다시 제대로 자도록 바르게 눕혀줘야 했다. 아이가 클 때까지 쓰려고 산 제법 큰 아기 침대가 비좁아보였다. 넓은 공간 놔두고 구석에 가서 울타리를 붙잡고 그 사이에 발이 끼인 채 낑낑대는 모습을 몇 번 지켜본 후, 다른 잠자리 공간이 필요한 게 아닌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태어난지 6개월 정도 후에 아기침대에서 범퍼침대로 갈아타는 사람들에게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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