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프랑스 아이처럼 - 파멜라 드러커맨

gowooni1 2017. 10. 14. 21:49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 없습니다. 신체적 물리적 변화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변화가 단연 으뜸입니다. 생전에 한 번 들춰볼 일이 없었던 육아 책에 관심이 생기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더 나은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 더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니 말이죠. 


저는 정말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가, 막상 생기고 나니 여러가지를 폭풍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 제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이런 것입니다. 과연 내가 이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내가 그럴 수 있을만큼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왔는지? 경쟁이 치열한 이 나라에서 이 나라의 양육법대로 키우는 것이 맞는가? 다른 사람들처럼 오냐오냐 하다가 맘충 소리나 듣는 몰지각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과연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잘 했어'라고 말할 만큼 행복하고 바른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결국 길을 찾게 되고, 그 길은 다름 아닌 책이었습니다.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괜히 이 책 저 책 잡식하다가 가치관의 혼란만 올 수 있을 듯 하여 나름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책들을 골라보는데, 그렇게 책 선정을 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태아는 천재다'의 작가인 스세딕의 태교법은 한 번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한 번 읽어서는 허무맹랑한 소리 같더군요.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기로 소문난 북유럽식 육아법을 보자니, 그들의 생각관은 배울만 하지만 그들 나라에서만 구축하고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바탕이 되지 않는한 실현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육아를 행복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는 단연코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도 정말 육아에 관한 한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나라이지요. 다른 나라에서 저출산율을 나날이 갱신하고 있는 와중에 프랑스만큼은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 미혼모가 아이를 낳고도 당당히 행복감을 드러내며 출산휴가를 쓰고 몇 달만에 바로 복귀하는 것도 그렇고요. 물론 톨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결혼 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 국민적인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나라이므로 그들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도 바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아이처럼'은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가 결혼해서 프랑스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끼고 경험한 바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철저하게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죠. 특히 저자는 미국 여자이기 때문에 미국인의 입장에서 엄격히 비교합니다. 그런데 우리 문화가 미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 저자의 입장이란 것이 낯설지가 않아요. 우리나라 입장이라고 보고 읽어도 어느 정도는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겁니다. 전적으로 동감을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또한 저자 역시 프랑스 육아 방식이라 해서 전적으로 이게 옳다고 말하지도 않고, 그 문화권에서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와중에도 미국식이 맞다고 여기면 미국식 육아법으로 아이를  키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프랑스식 육아법, 그들이 생각하는 육아 가치관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저자는 프랑스 아이들이 미국 아이들처럼 레스토랑이나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고 울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랍니다. 프랑스 아이들은 레스토랑에서 아이들  전용 메뉴를 시키지도 않습니다. 어른과 똑같이 어른 메뉴를 먹고, 코스요리를 먹으면서도 차분히 다음 요리가 나올때까지 의자에 앉아 기다릴 줄 압니다. 정신 산만하게 떠들거나 음식을 집어던지거나 먹기 싫다고 울지도 않고 말이죠. 과연 이런 이상적인 육아 생활이 가능한 걸까요? 가능하다면 대체 어떻게, 프랑스 사람들은 전국민적으로 이런 얌전하고 차분한 아이들을 만들 수 있는 걸까요? 그들에게는 뭔가 독특한 유전자라도 있는 걸까요?


만약 아이가 저렇게만 자라준다면 흔히들 말하는 육아 공포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고통 육아 스토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처음 몇 달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잠을 자려면 꼭 젖을 먹여야 한다, 옆에 아무도 없으면 불안해서 몇 시간이고 운다, 특히 모유수유를 끊으려 하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수면 교육은 비인간적이고 그걸 시도한다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등등. 좀 더 크면 또 다른 무시무시한 스토리들이 기다리고 있죠. 너무 어려서 어린이집에 가면 애가 말도 못하고 기만 죽는다, 말을 못하므로 집에 와서 표현도 잘 못한다 등등. 생애 매 단계마다 육아 고통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힘든 일일지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프랑스 아이처럼'을 읽다보면, 주위에서 들었던 무시무시한 현실이 꼭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며 꼭 모든 사람이 그런 식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겪는 것도 아님을 알고 위안을 삼게 됩니다. 그러니까, 저 무시무시한 현실은 미국에도 있는 것이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을 어느 정도 적용하면 두 세살 짜리가 레스토랑에서 어른과 함께 차분히 앉아 코스요리를 기다릴 줄 알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아이처럼'은 임신부터 출산 후 아이를 키우는 일련의 과정을 프랑스식으로 재조명합니다. 출산 후 수면 교육, 모유수유, 탁아소, 어린이집, 이유식, 사회화 과정 등 이 모든 것이 저자의 경험을 빌려 재미있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프랑스 식 육아의 핵심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거야?'라고 하는 분들께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그건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들만의 느릿느릿한 사고방식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 부족하다고요? 그럼 하나 더. 핵심은 바로 '잠깐 멈추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