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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 기시미 이치로

gowooni1 2017. 6. 25. 17:14





약 십 년 전, 첫 직장을 호기롭게 때려치면서 다짐했던 건 '다시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팔아가며 살지 않겠어'였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의 난 여전히 '내가 과연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에 골몰하며, 적당히 회사에 나가 적당히 일을 하고 적당한 돈을 버는 삶을 살고 있다. 이쯤 되니 '정말 원하는 일'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만약 없다면 그것을 찾는 것도 귀찮으니 이제 이쯤에서 찾는 걸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큰 의의를 두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 발견한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란 책의 제목이 조금은 남다르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게다가 저자는 일전 꽤나 흥미롭게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 알프레드 아들러 철학의 권위자라 해도 과연이 아닌 그인데다가, 전작의 문체가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아서 읽기도 쉬울것 같았다. 또한 지금껏 가져왔던 '일한다는 것'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보려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이 책이 어쩌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 스스로를 위해 일하도록 어떤 특별한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전작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부족하고 감동이 떨어지며 약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기시미 이치로라면 미움받을 용기 저자니까 이 책도 그만큼 괜찮겠지'하고 기대하며 책을 집어 들은 독자에게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일단,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의 심리에 대해 현실성 있는 예를 들며 심도 있는 적용을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진 반응의 매커니즘이 이러하였지만, 어찌보면 이것도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반응 했겠구나, 한 번 더 현명하게 생각했다면 그렇게 반응하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드는데 반해,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아들러의 심리에 빠진 저자 답게 전혀 아들러의 심리학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간 챕터에 있는 직장 생활에서 상사와 부하와의 관계를 설명할때, 그들 사이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사가 부하에게 야단을 치는 것도 부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기 때문이며, 정말 부하를 야단을 치려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해줘'나, '나를 존경해줘'라는 말은 아무리 명령하고 부탁하고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그럴만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가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인만큼 핵심은 다른 부분에 있다. 저자는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일을 통해 가치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며, 일을 함으로써 가치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한 일이 공동체를 유익하게 만들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결국은 나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공헌을 할 때에만 느낄수 있는 보다 고상한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껏 찾아온 '정말 하고 싶은 일' 이라는 것은 피상적으로 봤을 때에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그냥 내가 잘 하는 것을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이지, 내가 잘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나는 적어도 나를 위해 평생 일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세상을 위해 정말 공헌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야 한다. 만에 하나 운이 좋아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처음에는 좋았겠지만, 결국 또 다른 딜레마에, 예를 들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이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또 다른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궁극적 목표 '이것을 통해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염두에 둔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가도 언젠가는 마주칠 매너리즘 앞에서 '그래도 이를 통해 세상에 공헌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는 생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이쯤 되니 궁금한 것이 생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게 되면, 정말 '좋아하는 일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할까? 아니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세상도 이롭게 하니 마냥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건 좀 더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