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철학*문사철100

심플하게 산다 - 도미니크 로로

gowooni1 2016. 2. 27. 11:55

 

 

 

 

모처럼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책의 홍수 속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보석을 만났습니다. 읽고 또 읽고 계속 읽어서 내 삶의 한 지침으로 녹아내리도록 만들고 싶은 그런 책. 바빠지거나 게을러진 탓도 있겠지만 근 몇 년 간 그런 책을 발견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강력 추천을 할 만큼 요즘 제 삶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심플하게 산다]를 저는 일종의 철학서라고 보고 싶지만, 저자 소개에 수필가라고 쓰여 있는데다가 수필에 더 가까운 형식으로 쓰여 있으니 굳이 따지지면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심플하게 사는 인생에 대해 저자의 오랜 시간을 통한 깊은 철학이 녹아 있으니 전 철학서로 분류하렵니다. 수필처럼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은 철학서 정도로 해 두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자꾸 오버랩 되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분명 다르지만 책이 내뿜는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굳이 말하자면 공통점이 있어요. 저자 둘 다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지 말고 자기 성찰을 통해 정말 스스로의 삶을 만족시키는 방식을 찾으라는 것, 그렇게 자신만의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라는 것 정도랄까요.

 

[심플하게 산다]의 메시지는 이미 제목에 그대로 나와있습니다. 도미니크 로로는 프랑스 사람답게(?) 대중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 다닌 모양입니다. 영국을 거쳐 미국에 날아가 살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한 일본 정원이 내뿜는 간결한 아름다움에 필 꽂혀 그렇게 또 다시 일본으로 날아갔고, 거기서 주욱 머물며 심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의 기준에 심플한 삶은 한마디로 이겁니다. 적게 소유하고 크게 만족하는 삶. 약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가난하게 살라는 것은 또 아닙니다. 그녀는 분명히 말합니다. 하나를 갖더라도 고급스럽고 좋은 것을 갖는 편이 낫지, 마음의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산다는 것은 오히려 돈 낭비라고 말입니다. 오히려 심플한 삶을 사는 데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충고합니다. 돈을 쓸 때에는 그 가치에 맞도록 써야 하며 싸구려를 어설프게 많이 소유하는 것만큼 경계해야 하는 것은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어쩌면 정리 위주의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싶은데, 조금만 더 페이지를 넘기면 물건에 대한 심플한 삶을 넘어서 몸과 마음에 대한 심플한 삶도 이야기합니다. 메시지를 일일이 이야기 해버리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빼앗는 꼴이 되고 말 것 같네요.

 

저자가 여성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여성독자를 위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늘 신경써야 하는 것은 건강과 재정상태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말이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거나, 머리카락에서부터 손발톱에 이르기까지 몸을 최상으로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한 지침들을 나열한 부분들은 아무래도 아름다움에 대해 여자만큼 신경쓰지 않는 남성 독자들에겐 크게 다가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뷰티 지침서는 절대 아니므로 남자인것이나 여자인것을 떠나 인생을 하나의 예술적 걸작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