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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gowooni1 2015. 3. 8. 23:54

 

 


미움받을 용기

저자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출판사
인플루엔셜 | 2014-11-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당신의 가치관을 뒤흔들 ‘새로운 고전’의 탄생!★ 2014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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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분에게서 선물이 왔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걸 기억하시고 책 선물을 보내셨더라고요. 그런데 제목이 '미움받을 용기'였습니다. 음? 이건 무슨 뉘앙스이지? '너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으니 용기라도 내서 잘 살라'는 뜻인가?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너무 자격지심 가득한 해석이라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설마 그럴리가...(물론 그럴지도?) 얼마 전 서점에 갔을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이 책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저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책이네'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남에게 미움 받는 것에 무덤덤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 용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랬으니 제 스스로 이 책을 집어드는 일은 아마 선물을 받지 않았더라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흥미가 생깁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더라고요. 저는 단순히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세상을 자신의 생각대로 잘 살아가라,는 뻔한 메시지를 예상했는데 그런 진부한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심리학을 다룬 책도 아닌 것 같고, 굳이 따지자면 철학책에 가깝달까요. 약간 플라톤의 대화편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 철학자에게 청년이 찾아가 대화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전개가 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대화만으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에 문학적인 냄새까지 납니다.

 

그런데 이 청년의 캐릭터가 좀 웃깁니다. 살아가는 것은 고행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에 태어나서 되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행복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에 똘똘 뭉쳐 살아가고,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지나치게 타인의 생각관과 가치관에 얽매여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제에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자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자신이 지극하게 정상이라고 여깁니다. 그런 루저 중의 루저인데도 머리에 들은 것도 많고 똑똑한 청년은 철학자에 맞서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나갑니다. 아마 이 청년의 이러한 비호감적인 캐릭터는 작가가 일부러 설정해놓은 겁니다. 철학자의 주장에 맞서 일반 대중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반론을 제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이 청년밖에 없으니까요.

 

철학자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을 전개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 프로이트의 트라우마를 버려라. 옛날에 있었던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현재의 못난 상황을 도출해냈다는 것은 단순한 원인론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면 행복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 것이고, 과거의 어떤 기억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변명하는 것은 행복해질 용기가 없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이용해서 불행을 선택한 것이다. 모든 것은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다. 인기있는 사람들은 인기 있는 자신을 선택했기 때문에 인기 있는 사람이 된 것이고 너그러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너그러운 반응을 선택했기 때문에 너그러운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애초에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생각은 버려라. 만인에게 미움받으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지닌 사람만이 사람들의 기대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누릴수 있다. 등등이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 고가 후미타케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은 단순하게 그만의 철학이 아니라고 부연설명을 합니다. 어릴적 그가 접한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에 관한 책은 기시미 이치로라는 사람이 해석한 철학이었다는 것입니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가 주장한 독창적인 철학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가 후미타케가 굳이 기시미 이치로의 알프레드 아들러가 자신이 알리고자 했던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기시미 이치로가 해석한 알프레드 아들러가 훨씬 후미타케의 마음에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A라는 사람의 생각이 있고, B라는 사람이 해석한 A라는 사람의 생각은, 얼핏보면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다른 또 하나의 생각입니다. 때문에 기시미 이치로가 생각한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을, 다시 한번 현대의 독자에게 쉽게 널리 알리려 노력한 고가 후미타케의 결과물인 '미움받을 용기'는 또 다른 제3의 철학으로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