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하버드 새벽 4시 반 : 웨이슈잉

gowooni1 2015. 2. 22. 14:20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해?'라거나, '다 똑같은 이야기인걸 뭐' 하면서 이런 종류의 책을 안 읽습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가 일종의 패스트푸드라고 여기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저자 윤성근씨가 그런 말을 저서에 했었는데, 처음에는 이런 발상이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하게 와 닿더라고요. 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까지 철저하지 못한 사람이라 자기계발서가 정기적으로 필요한 사람인데, 이 사람은 이런 부류의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수준 높은 책을 고를수 있는 안목이 있으며, 자기계발서가 주는 작은 경각심까지도 패스트푸드가 주는 자극적인 입맛의 쾌감이라 폄하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사람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만약 자기계발서가 패스트푸드고 제가 이런 패스트푸드를 즐겨찾는 사람이라면, 패스트푸드 중에서 질 좋은 패스트푸드를 찾는 것도 일종의 안목 아닐까요. 저렴한 빵과 싸구려 고기를 넣은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유기농 빵과 신선한 야채, 질 좋은 고기를 넣은 맛있는 햄버거가 더 좋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하버드 새벽 4시 반'은 질 좋은 햄버거에 속합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사실 다른 자기계발서와 크게 차별될 거 없는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도서편집 10년차의 유명한 출판기획자의 역량은 역시 남다릅니다. 남들과 같은 내용을 남들과 다르게 전달하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한 느낌입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이 웨이슈잉이라는 출판기획자의 저력이 어떠한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는데, 한 번 읽고나서 그 차이를 딱 알 수 있으면 제가 유명한 10년차 출판기획자를 하고 있겠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읽어볼만 한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읽는 내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리마인딩을 하기엔 괜찮은 책이라 이거죠.

 

'하버드 새벽 4시 반'은 예전에 한창 인터넷에서 핫이슈로 돌아다니던 사진을 모티브로 지어낸 제목입니다. 아직도 한창 낮인 것 같은 하버드 도서관 사진은 사실 새벽 4시 반이었다는 그 사진, 기억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24시간이 매일 한낮인 것처럼 돌아가는 하버드 도서관의 분위기가 바로 하버드를 세계 최고의 명문대로 만들었다는 그런 뉘앙스의 사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웨이슈잉은 그게 도서관만의 분위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하버드는 교정 어디를 가도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으며, 시간만 나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바로 졸업후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가 된다 합니다. 학업스트레스에 짓눌려 시간만 나면 놀 생각을 하는 우리네 일반 학생들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즐기는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하버드에 간 거 아니야? 라고 반박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런 반박 심리를 반박하자면, 비록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선택한 그 길에 올인하고 시간만 나면 그 분야에 관하여 더 공부를 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 바로 핵심 메시지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라는 것, 당장 실천하고 행동하라는 것, 죽을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 유연하게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라는 것, 철저한 시간관리와 자기관리를 하라는 것으로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책입니다. 저는 시간관리와 자기관리라는 단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매번 저 단어를 접할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감과 열정을 강조한 부분에서 좀 더 각성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한치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강렬한 자신감과 열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최근 제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버드를 졸업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만큼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일 겁니다.(보통인의 통념상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전부 공부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을 하면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합니다. 공부를 그 정도로 잘 한 사람들이라면 공부로 승부를 걸 수도 있었을텐데, 그들에게 있어 공부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자신이 정말 잘하는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수단으로 하여,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더 나은 것으로 발전시키는데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안주하고 말잖아요. 만약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정말로 열정이 있는 분야에 매진을 해야겠는 생각이 들었다면, 저자의 의도는 반쯤 성공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