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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 다니엘 아이젠버그

gowooni1 2015. 2. 26. 23:58

 

 

창업은 어렵습니다. 쉬우면 누구나 하겠죠. 저만 해도 좋은 아이템이나 시스템만 있으면 당장 사업을 시작해서 큰 돈을 벌려고 노력할텐데요. 하지만 그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 훌륭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자영업과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버는 월급 정도의 돈을 벌며 현 생활을 유지하는 걸 의미합니다. 진정한 사업가라면 남이 주는 월급만큼의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큰 부가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은 하버드에서 창업가 정신을 11년 가르친 다니엘 아이젠버그가, 자신의 아들이 물어온 창업가 정신에 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술한지 4년 만에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그런에 사실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다니엘 아이젠버그가 하버드에서 창업가 정신을 오래 가르쳤다고는 하지만, 그는 학자일 뿐입니다. 창업가 정신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많은 사례를 접하고 연구하긴 했지만 그가 직접 창업을 해서 큰 성공을 이룩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학자가 쓴 창업가 정신이 정말 살아있는 지식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에 대한 답이 궁금해서 이 책을 그렇게 파고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여전히 창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창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라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다행히 그의 아들이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네요. 자신의 아들에게 답이 될만 한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귀감이 될 만한 사람들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여 결론까지 도출했으니, 이 책이 그의 아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귀감이 될만한 아버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창업가들의 사례를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매우 상세하게 스토리텔링을 해주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다니엘의 아들이 4살 일 무렵,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 먹을 걸 찾는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가겠지요. 저자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먼저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열어라.' 4살짜리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아야 먹고 싶은 게 뭔지 알죠.' 이 이야기는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은 창업가 정신의 핵심이 녹아 있습니다. 냉장고는 일종의 시장입니다. 먼저 시장을 파악해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창업가 정신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핵심을 놓치고 맙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켜주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합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사실 좀 진부한 이야기들을 나열합니다. 창업가는 혁신적일 필요도 없고, 젊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창의적일 필요도 없다, 뭐 이런 이야기들은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 덕분에 굳어진 창업가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 나열한 것이 뻔하니 넘어가지요. 핵심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다니엘은 창업가가 해야 할 일을 크게 세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 비범한 가치 인식하기. 둘째, 비범한 가치 창조하기. 셋째, 비범한 가치 획득하기. 비범한 가치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같은 시장을 보더라도 남들과 다른 가치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저에게 페이스북을 만들어낼 스킬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저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저에게는 페이스북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니즈를 파악할 눈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식으로 시장의 비범함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역량이 필요한데 저자는 이 역량의 세 가지 구성조건으로 자산, 정보, 스킬을 꼽습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니즈를 파악하더라도 창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창업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나쁜 걸까요? 리스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적당한 정신력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어중이떠중이를 걸러내고 대단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 들어오게 만듭니다. 한 두 번 실패로 쓰러질만한 사람들도 걸러내고 비범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들만을 선별합니다. 그들만이 시장에서 가치를 창조하고 획득하여 큰 돈을 벌고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진정한 사업가, 창업가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창출한 가치들로 인해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창업가는 분명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