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 입니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자기 자신에게 기대라, 의지하라 정도 일까요?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만 각자 받아들이는 뉘앙스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요.
저는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서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만 놓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갔거든요.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저자의 경험을 담아 썼겠거니 싶었죠. 그때는 페이스북도 잘 안 할 때였고(지금도 잘 하지는 않지만)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라는 그녀의 직함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다가 마크 주커버그가 삼성과 미팅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제야 페이스북의 위상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순위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이 69년생의 작달막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셰릴 샌드버그가 그 이름을 당당하게 올리고 있더라고요. 그러고나서야 이 책에 관심이 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한동안 이 책에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마음 한 편으로는 한 번 쯤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여기면서도 선뜻 내키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좀 지쳐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회의감을 느끼고, 이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인지 의구심을 가졌고, 여성이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숱한 상황 속에서 정당한 대우와 권리를 요구하는 데에도 지쳤고, 아무튼 다 지친 상태였습니다. 이제 투쟁이라면 넌더리가 나고, 그저 세상에 숨을 쉬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 생각하고 싶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행복하고 싶은데 또 굳이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골머리를 썩어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사람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쉽게 바뀌지 않고, 저는 여전히 제가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속에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면서도 들이받는 성미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러니 결국 이 책에 손이 간 것은 필연이라면 필연이겠네요.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저자의 대단한 경력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의 머리이니 어쩌면 당연한건데, 그녀는 수재 중의 수재였습니다. 어릴때부터 대장노릇을 하기 좋아하는 태생적 리더십의 소유자였고, 공부는 너무 잘해서 하버드를 졸업했고, 졸업하고나서도 재무부니 구글이니 페이스북 같은 굵직굵직한 곳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입니다. 말단 사원에서부터 시작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없을 것으로 추측되며, 대부분의 경력은 비서실장이나 관리자, 임원이네요. 그러니 그녀는 처음부터 정당한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했습니다. 그러니 그녀는 일반 사원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회사의 부당한 상황들을, 특히 여성에게 부당한 상황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당장 오너에게 달려가 실정을 보고할 수 있는 입장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근무할 때 임산부 전용주차장이 없는 걸 알고 당장 사장에게 가서 임산부 전용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는데, 그건 분명 그녀의 위치에 따른 특권입니다.
한 가지 생각할 것은, 그녀 자신도 자기가 그런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시인한다는 것이며 만약 자신이 임신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너무도 당연하게 모르고 지나갈 권리였다는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이 속한 세상을 여성에게도 불편하지 않는 세상으로 바꿔나갔고, 아마 지금도 그렇게 바꿔나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셰릴 샌드버그는 투사의 이미지입니다. 그녀는 '정당하게 요구할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는 용기'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구자들이 그러하듯 모든 것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고 요구하고 개척해 나갑니다. 아마 그녀가 이루어 온 일들을 읽다보면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피곤한 타입이군, 이렇게까지 해야해?' 이런 생각을 남자가 아닌 여자까지 할 수 있을 거에요.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일에서만 찾지 않고 다른 여러분야에서 찾으며 행복을 찾는 경향이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일에서 정체성을 찾는다면 그녀는 '피곤한 타입' 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한 명은 반드시 존재해 주어야 할 선구자가 확실합니다. 저는 지금 사실 살짝 지친 상태이니 그녀처럼 정당하게 요구할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용기를, 매번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니 페미니스트이니 그런 단어를 떠나서,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들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필요한 자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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