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국제시장

gowooni1 2014. 12. 23. 21:40

 

 

한동안 극장가에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 발길을 줄였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보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국제시장'을 봤어요. 이 영화 역시 포스터나 영화 소개만 봐도 대충 줄거리는 짐작되는 작품이라 스포라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제 생각엔 말이죠).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아버지의 눈물 겨운 삶. 이 한 마디에서 모든 게 압축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마찬가지로, 다 알만한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느냐 이거죠.

 


영화의 시작은 1950년 함경도 흥남철수에서부터 입니다. 전쟁통에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하는 상황에서 주인공이자 장남인 덕수(황정민)는 다섯살배기 동생을 꼭 챙기라는 아버지의 엄명을 받고 어떻게든 동생을 챙겨보려 했지만 결국 잃어버리고 맙니다. 아버지 역시 잃어버린 동생을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가족은 생이별을 하고 남은 사람은 엄마와 두 동생 뿐. 네 식구는 눈물겨운 시간 속에서 부산 국제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아버지가 고모네인 꽃분이네를 꼭 찾아가라고, 자신도 곧 뒤따라 가겠다고 한 기억 하나만으로 고모네를 겨우 찾고 졸지에 더부살이 신세를 시작합니다.

 


덕수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이자 장남의 길을 걷습니다. 아버지가 없을 때에는 자신이 가장이기 때문에 그 어떤 책임과 희생도 감수합니다. 자신은 검정고시 시험도 치르지 못할정도로 막일꾼 노릇을 하며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데, 미친(?) 남동생은 너무나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에 합격해버리고 맙니다. 문제는 서울대 등록금이죠. 때마침 적절하게 달구(오달수)가 가져온 독일 광부 파견 광고를 보고 마음을 정합니다. 자신이 독일에 가서 죽어라 3년만 땅을 파면 동생이 서울대에 들어갈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파견 간 독일에서 덕수는 그야말로 죽을만큼 일만 해야 합니다. 매일 아침 땅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나누는 인사가 '살아서 지상에서 보자'입니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일이죠. 다행히 독일에서의 삶은 그리 팍팍하지만은 않습니다. 영자(김윤진)를 만났거든요. 노래를 구슬프게 부르고 있는 영자에게 한눈에 반한 덕수는 영자와의 만남을 이어갑니다. 도시락 싸들고 나가서 데이트도 하고 파티에서 춤도 추고 찌개와 밥을 해서 기숙사에 배달도 해주며 마음을 깊이 나누어 가지요. 그러다 하루는 광산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갇혀버리고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그 와중에 제일 보고 싶은 건 가족이 아닌 영자씨입니다. 동료들이 의기투합하여 덕수와 달구를 구출해내고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 후, 덕수는 영자에게 자신과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합니다.

 


이후로도 주인공은 몇 번의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구사일생입니다. 절대 죽지 않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반전이 일어날 수가 없는 영화 구조로, 결국 일대기 형식을 띄게 됩니다.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현장에는 전부 나가면서도 결국은 무사히 살아 돌아옵니다. 거기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과도 살짝 살짝 스쳐 지나갑니다. 어릴 적 구두를 닦을 시절엔 정주영을 만나 배를 만들겠다는 소리를 듣고, 꽃분이네에서 고모를 도울 적엔 앙드레 김을 만나 앞으로 한국의 패션 트렌드에 대해 듣습니다. 베트남 파견을 나가서는 우연찮게도 남진이 목숨을 구해줍니다. 이런 면은 '포레스트 검프' 혹은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과 조금 비슷하네요. 뭔가 양념같은 재미를 더해준다고나 할까요.

 


아,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약간의 반전이 있기는 하네요. 그 반전은 마지막부분에 있습니다만, 그것까지 말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되니 여기까지 설명하는 것으로 할게요. 이미 보신 분들은 대체 무슨 반전이 있다는 거야?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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