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gowooni1 2014. 12. 23. 13:23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워낙 사전에 들은 얘기가 많아서 긴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방송도 됐고, 처음부터 할아버지의 죽음부터 나오니 스포라 할 만한 것도 없네요. 이미 본 사람들의 평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휴지를 한 통 준비해 가야 한다느니, 보고 나서 와이프한테 더 잘 해야겠다 생각했다느니, 조금 어린 친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느니 등등. 이렇게 내용도 다 알고 눈물이 많이 나는 다큐 영화라는 것도 아는데, 왜 굳이 보고 싶어서 영화관을 찾아갔을까요? 단순히 눈물을 질질 짜고 싶어서? 그건 아닙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꾸미지 않은 실제가 주는 감동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겠지요.


역시 영화 초반부터 할아버지의 죽음에 엉엉 우는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나오네요. 짠 하더라고요. 그들이 일반 부부였다면 그렇게까지 관객이 슬픔에 공감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은 서로 거의 평생을 붙어있다시피 하며 살아간 사람들인데다, 예쁘게도 늙었으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도 끔찍합니다. 아직도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고, 낙엽을 쓸다가 장난치고, 눈이 오면 눈싸움 하고, 밥에 반찬을 얹어 떠먹여주고, 커플 한복을 입고 손 꼭잡은 채 외출하고, 서로의 살갗을 어루만지며 잠이 듭니다. 밤에 화장실 가기 무서워하는 할머니를 따라 나온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두려움을 떨쳐내주려고 화장실 바깥에서 큰 소리로 노래도 불러줍니다.


이렇게 다정다감하게 사는 모습이 초반에 나오고, 후반에는 할아버지가 기력이 쇠하는 과정이 보여집니다. 저는 오히려 후반의 여러 상실감을 주는 사건들보다 초반의 화기애애한 모습들에서 눈물이 핑 돌았는데,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저렇게 서로 좋아 행복하게 살아왔고 살아가는데 결국은 이별이 예고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후반에 강아지 꼬마가 죽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해도 누구말처럼 휴지 한 통 분량의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86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도 스토리가 별로 없으니 적당하다 싶었고, 딱히 음반이나 캐릭터를 통해 부가 수입을 올릴 수 없는 영화 특성상 오직 많은 관객만이 수입 창출의 대부분을 차지할텐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서 꾸미지 않은 생생한 감동을 느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네요. 너무 감정이입 못 하고 분석적으로만 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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