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gowooni1 2014. 8. 3. 13:24

 

 

33살의 폴은 두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 교습소에서 피아노를 치며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보낸다. 저능아는 아니지만 말수가 거의 없고 어쩐지 2살의 정신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정신이 지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어엿한 성인인데도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두 이모의 철두철미한 보호 아래서 지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런 생활은 계속될 것 같다.

 

 

그러던 폴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4층에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쪽문을 발견한 것이다. 살짝 들어가보니 웬걸, 거기는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아파트와는 또 다른 세계가 숨겨져 있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발견한 것이다. 아파트 바닥재까지 뜯고 흙을 채워 온갖 식물들을 몰래 키우고 있던 마담 프루스트는 뜻하지 않은 불청객에게 아스파라거스 차를 주고 자신의 비밀정원을 본 기억을 지우도록 하는 한편, 폴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슬그머니 빼돌린다.

 

 

두 이모와 폴이 댄스 교습소로 출근하는 걸 확인한 마담 프루스트는 슬그머니 윗층 폴의 아파트로 잠입해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피아노는 수준급으로 치는 서른셋 남자가 어째서 좀 모자라보이는지 평소에 궁금했던 모양이다. 폴의 방에서, 폴의 기억이 2살에 멈춰있는 걸 짐작한 마담 프루스트는 그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난 네가 잃어버린 걸 알고 있어.

 

 

당장 마담 프루스트의 집으로 달려간 폴은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네가 잃어버린 건 추억이야. 폴은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마담 프루스트식 차와 마들렌을 50유로라는 대가를 치르고 기꺼이 마신다. 추억은 음악과 함께 하지, 라는 마담은 친절하게 음악까지 틀어주며 폴을 기억의 홍수에 잠기게 내버려 둔다.

 

 

안타깝게도 차가 기억을 이끌어내는데 유효한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싶을 때마다 마담의 정원으로 달려가고, 그때마다 자아에 혼란을 느끼며 되돌아온다. 한편 그런 폴을 보는 두 이모는 마냥 걱정스럽기만 한다. 주는 용돈은 몽땅 채소로 바꿔오고-마담은 폴이 집으로 되돌아갈 때 의심을 덜 사게 하기 위해 채소를 쥐어준다- 안그래도 없는 말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더욱 자신 안으로 갇혀드는 것 같다. 과잉보호의 대명사인 두 이모는 폴이 없는 틈을 타서 마약수사견까지 데려와 폴의 방을 수색하도록 하지만 얻는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영화의 색감도 아기자기 예쁜데 폴이 기억에 빠져들때마다 아기 폴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의 색조는 동화같다. 폴이 상기하는 기억이 아름답고 유쾌할 때도 있지만 매번 그렇지만도 않아서 슬픈 추억에 빠질때는 눈물을 머금고 깨어난다. 영화가 마냥 시각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한 것도 아니고 나름의 스토리가 있어서 관객은 점차 폴이 왜 2살에서 머물고 있으며 그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건지 궁금해진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데다가 음악까지 좋은데 굉장히 프랑스적이라 감탄스럽다. 실뱅 쇼메 감독의 다른 작품까지 호기심이 일도록 잘 만들어진 영화다.

 

 

'소소한 일상-Daily > 영화-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더 우먼  (0) 2014.11.28
사막에서 연어낚시 Salmon Fishing In The Yemen  (0) 2014.10.28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0) 2014.03.31
변호인  (0) 2014.01.05
관상  (0) 201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