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아더 우먼

gowooni1 2014. 11. 28. 15:57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오랜만에 카메론 디아즈가 출연한 '아더 우먼'입니다.

 


카메론 디아즈의 매력에 한 번 빠져본 사람들이라면 일단 그녀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보고 싶어질만 한데, 호불호는 분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72년생이라 더 이상 숨길수 없는 얼굴의 주름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만의 상큼한 매력이 살아있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없는 게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니 저는 차라리 후자의 편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영화에서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며 수십년 동안 많은 남자들과 데이트를 해 본 골드 미스로 등장합니다. 칼리는 시티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사무실에서 예쁘장하고 어린 여자를 비서로 두고, 공격적으로 일을 진행할 줄 아는 실력있는 변호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내장식이 멋진 아파트에서 수십 켤레의 킬힐을 보유한 슈즈룸까지 완비한 여자네요. 그녀에게 없는 거라곤 아마 한 가지, '남편'이라는 존재입니다. 다행히 남자들과의 데이트는 끊이지 않고 하고 있지만, 이제 그녀는 슬슬 한 남자에게 정착하여 가정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그녀는 최근에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한 마크와 그런 관계를 꿈꿉니다. 마크는 너무 완벽합니다. 멋진 차에 태우고 멋진 곳에 데려다주며 로맨틱한 감정이 늘 흐르도록 선물과 애정공세를 합니다. 키도 크고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만난지 8주 밖에 안됐는데 정력이 어찌나 왕성한지 50번은 더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막상 칼리와 그의 아버지와 만나려고 한 날 코네티컷에 있는 집에 일이 있다면서 집으로 가버립니다. 상심한 그녀에게 아버지는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서프라이즈한 기쁨을 주라고 격려해줍니다.

 

 

그러나 아뿔싸, 마크를 서프라이즈하게 해주려던 칼리는 오히려 기절초풍할 상황에 맞부딪히게 됩니다. 멀리 있는 그의 집까지 택시를 타고 야밤에 스트립걸같은 옷차림으로 벨을 눌렀는데, 그의 집에서 나온 건 마크가 아니라 그의 아내 케이트였습니다. 그러니까 마크는 케이트와 코네티컷에서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칼리와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인 전형적인 불륜남이었던 겁니다.

 

 

남편 바라기인 케이트도 누구보다 예민한 여성의 육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연녀의 사무실로 찾아가 남편과의 관계를 캐묻고는 절망하지만 칼리 역시 마크의 희생자였으니 한편으로는 뭐라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친구들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대성통곡을 하고 싶은데 자신의 친구들이 곧 마크의 친구들이니 함부로 남편의 불륜사실을 떠벌릴 수도 없고, 결국 일종의 동지애까지 느껴지는 칼리와 정신줄 놓으며 술을 마신후 조금씩 친구가 되어갑니다.

 

 

한편, 배신감을 느낀 두 여자가 마크와 상대를 해주지 않자 마크는 다시 다른 여자와 놀아납니다. 어이없는 두 여자, 마크의 뒤를 밟아 세번째 희생양 앰버까지 자신들의 편으로 만듭니다. 이상하게 세 여자는 서로에게 질투를 하는 게 아니라, 마크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에 격분하며 그를 골탕먹이는 작전에 착수합니다. 이 부분이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하리만큼 유치해서 영화의 격이 살짝 B급으로 떨어지는 듯 싶습니다. 샴푸에 제모제를 섞고 아침마다 갈아주는 영양주스에 여성호르몬을 타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자리를 비운 사이 물에 설사약을 탑니다. 유치하지만 이런 설정 속에서 당하는 마크의 모습을 보는 것도 분명 유쾌하고 우습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유치한 식으로만 복수를 하면 뭔가 허전하겠지요? 다행히 영화적 설정에서 마크는 남자로서만 나쁜 역할이 아니라 회사 돈을 횡령하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는 부도덕한 인물로 자신의 계획을 착착 수립해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순진하고 남편바라기였던 케이트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던 겁니다. 케이트의 아이디어로 회사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케이트에겐 바보이니 자기만 따르란 식으로 군림하고 있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케이트는 그저 남편이 시키는대로 가져다 주는 서류에 족족 사인을 하고 있었지요.

 

 

영화의 결말은 사실 특별한 반전이랄 것도 없이 예상대로입니다. 중간중간 남편때문에 흔들리는 케이트 때문에 뭔가 변수가 생길까 하고 의구심이 드는 정도이긴 하지만 역시 예상의 정도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궁금한 건 이 결말을 어떻게 풀어나가 관객들에게 통쾌감을 안겨줄 것인가 인데, 이것까지 다 말하면 완벽한 스포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