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지적생활의 발견 - 와타나베 쇼이치

gowooni1 2014. 12. 6. 15:18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와타나베 쇼이치의 '지적생활의 발견'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거의 3년만에 읽게 되었는데, 다시 읽고 나니 그 느낌이 더 좋은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분명히 소장가치가 있는 책임에 틀림없었는데 꽤 오랫동안 그걸 몰랐네요. 이 책과 비롯하여 필립 길버트 해밀튼의 '지적 즐거움'이란 책을 함께 읽으면서 지적생활이라는 것에 흠뻑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지적인 생활에 동경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두 가지 책을 읽으며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유유자적하게 지내며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주제에만 온전히 시간을 바치는 지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이지요.


와타나베 쇼이치는 해밀튼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 '꼬장꼬장한 학자'스타일입니다. 책을 빌려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한 번 읽은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지도 않고, 자기만의 장서나 서재가 없는 사람은 깊이 있는 학자로 취급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기준을 어느 정도 충당하기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더라도 지적으로는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를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는 지적생활의 조건으로 꼽는 것은 대략 이런 것들입니다. 반복해서 읽을 자신만의 고전 목록이 있어야 할 것, 책은 절대 빌려보지 말고 사서 오래오래 소장해야 할 것, 그런 장서가 많아지면 그것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므로 넓은 서재를 확보할 것, 이런 공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기계적으로라도 계속 써서 지적인 생산 능력을 유지할 것, 자신만의 컨디션을 잘 파악하여 가장 효율적인 생산시간대를 알고 꾸준히 쓸 것, 온전한 지적생활을 위해서라도 경제적인 독립을 확보할 것. 그러니까 먼저 1. 지적생활을 위한 물리적 공간 확보. 2. 지적 생산을 위한 마음가짐과 생활자세 확보. 3. 시간적 여유를 온전히 확보하기 위한 경제적 독립 확보.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조건이 그다지 간단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읽을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므로 책을 사서 읽는 것을 돈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데 바쁜데 서재까지 장만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독립을 확보한다는 것 만으로도 어려운데 그걸 궁극적 목표로 삶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지적생활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그가 말하는 삶은 일반인들에게 있어 꿈같은 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의 첫번째가 무엇인지만 확실히 해두면, 그것이 그다지 실현불가능한 말이라고만은 볼 수 없겠습니다. 젊을 때부터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으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무렵에는 자신만의 장서 목록을 확보할 수 있고, 엄청난 지적생산자들만큼 대단한 규모는 아니더라도 집 한 켠에 작은 서재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먹고 사느라 바빠 본업에 충실해야 해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자신의 글을 쓸 수도 있을 거라고, 저자는 역사적으로 그렇게 살며 많은 업적을 남긴 작가들의 예까지 친히 들어줍니다. 경제적인 독립 문제는 상당히 델리케이트한 문제인데, 어느 정도의 부富만 있어도 만족할 수 있다면 굉장한 자산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인간은 욕망 덩어리이니 그건 각자의 소관입니다.


오랜만에 지적 생활을 하는 방법에 대한 기를 충전하고 보니, 그동안 너무 태만하게 지내온 건 아닌가 싶어 제 삶의 방식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