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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나를 지켜낸다는 것

gowooni1 2014. 7. 21. 15:47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명이니 분명 마음의 긴장을 바짝 해야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라도 들었다는 것은 제대로 살고싶다는 마음의 끈을 완전히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니 다행이기도 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내 마음에 진실되어, 어느 한 순간도 스스로 돌아보기에 부끄럼없이 살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떠한가?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별 것도 아닌 일을 괜히 큰 일로 부풀려 호들갑을 떨고 있지는 않은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생색을 내어 가며 큰 성과인 것처럼 과장해 나를 포장하지는 않는지, 모처럼 친구들을 만날 약속을 할 때는 정말로 그들이 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나중의 내가 편해서인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정말로 하고 싶은 분야라서 하는지 아니면 입신양명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인지,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느낌이 들 때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건 단순히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남들 눈에 비친 업신여김을 당하는 나에 대해 치욕을 느껴서인지.

 

이런 물음을 하나하나 스스로에게 던질수록, 내가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에 성실하여 살아가는 순간은 몇몇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남들과 있을 때 피곤하고 회사 생활이 즐겁지가 않고 공부도 의무감에 겨우하는 기분이 들었던 거다. 다행히 진심으로 즐겁고 좋은 순간이 있었다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을 때, 여행을 떠나고 생각에 잠길 때,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쓸 때, 마음이 맞는 친구와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나눌 때 등이었으니 이 순간만큼은 남들 눈에 비칠 나를 의식하지 않아 온전한 나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서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종류와 질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허영심과 과시욕이 고개를 들어 남들보다 우월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대화는 끝나고 나서도 별로 즐겁지도, 소통했다는 기분도 없고 괜히 영혼의 무게가 짓눌려 머리가 아팠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조용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놓치는 일이 없다. 바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으므로 그저 주어진 환경대로 흘러가는대로 지낸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자신의 삶의 방식이 너무나 바빠서 쉴 여유가 없었으므로 옳다고만 생각한다.

 

자신을 잘 지켜내는 사람은 바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잘 돌본다. 혼란한 정국에서 홀로 늘 여유롭다. 바쁘고 혼잡한 주변환경이 자신의 고요함을 휘두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수신을 잘 하는 부자는 바쁘면 돈 벌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수신을 잘 하는 학자는 바쁘면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수신을 잘하는 위인은 바쁘면 인격을 수양할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안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모처럼 만난 감동깊은 책이다. 공자의 유가에서 수신의 미덕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였는데, 과연 너무 바쁘고 빠르기만 한 현대 사회에서 반성하는 법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우리는 우리의 패러다임을 재해석 해야만 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옳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어느새 그렇게말고는 다르게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패러다임이 정말로 옳은 것인가? 그런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 우리는 수신이라는 미덕의 언저리에도 접근하기 힘들 것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주변이 아무리 어지럽고 복잡하더라도 고요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진정한 저력은 수신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