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gowooni1 2014. 8. 3. 09:46

 

 

 

주식을 잘 해보고 싶어서 주식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에도 영 제대로 됐다는 느낌을 주는 게 없었다면,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접했을 때 비로소 '유레카'를 외칠 것이다. 드디어 제대로 된 책 아니, 사람을 만난 것이다. 일단 다른 책들과는 격이 다르다. 몇 십 년 안 된 투자 경험을 가지고 자기만의 철학이니 기법이니 떠들어대며 나온 책은 많지만 코스톨라니는 일단 투자기간 길이부터가 다르다. 그는 무려 80여년의 투자경험이 있는 그야말로 주식투자의 원로였다. 1906년에 태어나 1999년에 93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는 살아있는 대부분의 시간 내내 주식 투자를 했다. 그러니까 20세기 내내 전 세계의 주식시장이 흥망성쇠하는 과정을 지켜본 셈이다.

 

일찌감치 투자에 눈을 뜬 덕분에 이미 젊은 나이에 재정적 독립을 구축한 그는 정말 투자가 재미있어서 한 사람이다. 그는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단다. 하나,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날 것. 둘, 사업을 할 것. 셋, 투자를 할 것. 당연히 그는 세 번째 방법에 대해 전문가였고 주식에서부터 시작해서 채권, 화폐, 원자재, 금 등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해 보았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투자의 본질은 주식이고 자신은 주식투자자이자 주식거래인인 스스로의 역할에 꽤나 만족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도 분명히 말하지만, 자신에게 투자에 관한 비법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나가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속에 녹아든 코스톨라니 식 투자 비법이 스며나온다. 게다가 뭔가를 정확히 알려주려고 하지도 않고 풍자와 은유와 비유를 적당히 섞어 쓰면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훈적 에피소드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만약 다른 사람이 '빚내서 투자를 하는 건 안 좋은 거야'라고 말하면 별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빚을 내서 투자를 해도 대출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면 빚도 좋은 것 아니겠어? 자본주의가 좋고 은행이 좋은 이유가 뭔데' 라고 반항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코스톨라니가 '내가 예전에 거래를 해보면서 빚을 져 한 적이 있었는데 초조하기만 하고 결과적으로는 완전 망했다. 난 그 다음부터 단 한 번도 빚을 내서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그가 주식에 관하여 말 한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국제적인 우량주 몇 종목을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먹고 몇 년 간 푹 자다 일어나면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니까 망할 가능성이 없는 우량한 기업 주식은 장기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거다. 부화뇌동파 투자자는 인내심이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늘 잃지만 소신파 투자자는 인내심이 강하고 시세에 민감하지 않으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신파 투자자가 이긴다. 그는 또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 얘기다. 아무리 기술적 분석이니 차트 분석이니 하며 과학적으로 공부를 해도 실패할 수 있는 게 주식이니까. 그보다는 세계를 거시적으로 보고 다음으로 성장할 사업이 뭔지 잘 파악하는 안목이 더 필요하고 그게 또 올바른 투자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겠다.

 

코스톨라니, 하면 그의 달걀이론을 빼놓을수 없다. 그는 주식 시장에는 크게 6가지 국면이 있다고 보았다.

1. 거래량이 적고 주식 소유자도 별로 없는 조정국면

2.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식 소유자도 증가하는 동행국면

3.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식 소유자도 많아져 최고점을 향해가는 과장국면

4. 거래량이 감소하고 주식 소유자도 서서히 줄어드는 조정국면

5.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식 소유자도 계속 줄어드는 동행국면

6.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식 소유자도 줄어들어 최저점을 향해가는 과장국면

여기서 1국면과 6국면때는 주식을 사야 한다. 2국면에는 기다리고 3국면과 4국면에서는 판다. 5국면에는 다가올 6,1국면에서 주식을 사야하므로 현금을 보유하고 기다린다. 단순명쾌한 설명이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단순하게 적용하기는 힘들다. 지금 주식시장이 어느 국면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판단력이 없으면 6국면을 2국면으로 판단하다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그는 이 책을 1999년 2월에 쓰기 시작하여 그해 9월에 탈고 했는데, 탈고한 지 얼마 안된 9월 13일 향년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의 투자 일생에 있어 마지막 회고록이자 자서전이 된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이 가지는 가치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불후의 명작으로 이 책을 남겼을테니, 남은 우리는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80년 인생 철학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 굉장한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