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gowooni1 2014. 3. 31. 11:10

 

 

포레스트 검프가 내가 다가오는 절차는 데미안과 닮았다. 첫째, 너무 어려서 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시기(대체 이게 왜 명작이고 감동적이라는 거지?). 둘째,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여전히 감동스럽지 않은 시기(어릴 때에 비해 감동이긴 하지만 확 와닿지는 않는걸). 셋째, 이해도 가고 감동적이라서 앞으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명작 베스트 3안에 등극시키는 시기(이제서야 이렇게 훌륭한걸 알겠는데, 어린 애들이 이걸 보고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겠어?) 포레스트 검프가 표면적으로는 12세 이상 관람가라고 해서 12살 애들이 다 이해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적어도 인생 단맛 쓴맛을 웬만큼은 느낀 후에야 감동을 알게 되는 종류의 영화같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검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이 굽어서 다리교정장치를 착용한 검프는 한 눈에 봐도 우스꽝스러운 몰골이다. 설상가상, 일반 학교에 진학하려하는데 아이큐테스트를 해보니 75. 일반인의 최저 기준80에도 못미치는 저능아라 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교장의 판결을 받는다. 다행히 그에게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위대한 희생의 어머니가 있었으니, 이번에도 어머니의 희생을 등에 업고 일반 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멍청한데다 다리교정기까지 우습기 짝이없어 아무도 친해지려하지 않는 포레스트이지만, 그러한 그에게도 친절하게 다가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검프의 영원한 연인이자 천사가 될 아름다운 그녀 제니. 둘은 금방 친해지고 학창시절의 모든 것을 알라바마의 시골구석에서 나눈다.

 

 

검프는 비록 머리는 나쁠지몰라도 운이 억세게 좋아서 인생이 착착 풀린다. 그저 자신을 괴롭히는 애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열심히 뛰었을 뿐인데 대학 축구선수 감독한테 발탁되어 대학교도 들어가고, 4년 내내 축구만 열심히 하며 달렸을 뿐인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도 하고, 군대에 스카웃되어 상사의 명령에 착실히 복종했을 뿐인데 아이큐가 160은 되는 천재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 포레스트에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역시 제니. 그는 제니를 사랑하지만 제니는 그를 사랑하지도 않고, 너는 사랑이 뭔지 알지도 못한다는 소리만 해댄다. 멍청하긴 해도 어머니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포레스트와 달리, 똑똑하고 예쁘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한테 성적농락이나 당하며 자란 제니. 늘 긍정적이고 밝아서 하는 일마다 잘 되는 포레스트와 늘 부정적이고 죽음만 생각하며 술과 약과 남자로 인생을 흥청망청 보내는 제니의 인생은 대조적이다.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떠나가는 제니에게 안부인사를 전하고 포레스트는 베트남으로 간다. 베트남전을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사람을 떠나보낸다. 대폭격이 있던 날, 위험하면 무조건 빨리 뛰라는 제니의 말을 상기하며 열심히 뛰어나가 목숨을 구했으나 분신과도 같은 친구 버마를 떠나보내고, 그냥 전사하게 내버려두라는 테일러 중위를 살렸지만 그는 다리를 잃는다.

 

 

이상하게도 포레스트는 일반인치고 매스컴의 주목을 많이 받아서 60~70년대 미국 대통령 또는 유명인과는 다 한번씩 만나본다. 존 에프 케네디 앞에서 쉬마렵다는 소리나 하고, 시니컬하기 그지 없는 존 레논과 토크쇼에 출연하고,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머물 당시 하도 주위 불빛이 어수선하여 전화했을 뿐인데 주요 제보자가 되고,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서 전쟁영웅으로 떠받들여진다. 그렇게 계속 주목을 받아서 그런지 제니와 극적인 재회도 한다. 아쉽게도 재회는 잠시. 제니와 만나서 밤새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한데, 그녀는 이번에도 잠깐 왔다 떠난다. 정부의 베트남전에 반대하며 평화주의자로 돌아선 제니와 전쟁 영웅으로 떠받들여지는 포레스트는 너무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작별의 이유란다.

 

 

제니도 떠나고, 군대도 제대하고 할일이 없어진 포레스트는 탁구모델로 한번 뛴 돈을 밑천삼아 배 한척을 산다.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 버마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포레스트는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선의와 정의와 의리의 사나이니까. 분명 버마한테 새우잡이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새우는 하나도 잡히지 않는다. 여기에 테일러 중위도 합세하여 항해사까지 거느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새우잡이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포레스트 검프에겐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억세게 좋은 운이 있다. 폭풍우가 억세게 몰아치던 날 다른 새우잡이 어선은 모두 망가진 가운데 검프의 제니호만 살아남았고 그 다음부턴 월척행진. 새우잡이 사업은 순식간에 번창하여 제니 12호를 거느린 대형 새우사업가가 되었고 또 다시 매스컴의 유명세. 그 사이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다시는 제니호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테일러 중위가 잘 관리한데다 엄청 유망한 회사에 투자했는데 거기서 또 대박이 나는 바람에 검프는 이제 억만장자가 된다. 여기서 검프는 이렇게 말한다. "테일러 중위가 무슨 과일회사에 투자했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전 억만장자가 되었어요." 회사에서 온 편지에는 애플사의 사과마크가 선명하게 프린트되어 있다.

 

 

돈이 남아 돌아서 교회도 짓고 병원도 짓고 버마 어머니한테 돈도 왕창 드리고 했지만 그래도 할 일이 없어서 무료로 잔디깎기를 해주며 소일하고 있는데 제니가 돌아온다. 포레스트는 너무 기쁘다. 제니가 무엇때문에 자신에게 돌아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별로 상관없다. 그녀는 검프에게 춤추는 법도 가르쳐주고 같이 걸어주고 옆에 있어주고 운동화도 사준다. 더 이상 그녀를 잃기 싫었던 포레스트는 어느 날 밤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내가 바보이긴 하지만 나도 사랑이 뭔지 알아. 왜 넌 날 사랑하지 않는거야?" 그날 밤 제니는 검프의 방으로 살짝 들어와 사랑을 나누고 떠나버린다. 엄청난 상실감에 휩싸인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3년 몇 개월을 그저 먹고 자고 달려서 알라바마 주도 횡단하고 미국 여기저기를 횡단하다 또 한번 매스컴을 타고 유명인사가 된다. 매스컴을 탄 덕분인지 모르지만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보니 또 제니에게 편지가 와 있다. 자신을 만나러 와달라고.

 

 

드디어 둘은 재회를 한다. 근데 이번엔 단 둘이 아니다. 제니는 엄마가 되어 있었고 그 아들의 이름은 포레스트 검프. 검프는 말한다. "나하고 이름이 똑같네." 제니는 말한다. "아빠 이름을 붙였어." 바보 검프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제니가 부연설명을 해준다. "네가 아빠야." 포레스트는 뒷걸음을 친다. "혹시 저 애도 나처럼 바보는 아닌지...?" 다행히 제니가 그를 안심시킨다. 저 애는 똑똑해서 반에서 1,2등을 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어쩐지 포레스트가 사랑하는 여자들은 돌아왔다 싶으면 금방 떠나버린다. 제니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검프에게 청혼을 한다.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둘은 결혼하지만, 제니는 그 주 토요일에 세상을 떠나고 이제 검프는 더 이상 제니를 기다릴수도 없이 혼자가 된다. 스쿨버스에 리틀 포레스트를 태워보내고 혼자 남은 빅 포레스트는 아들이 올때까지 기다리겠다며 하염없이 앉아있는데, 새가 되고 싶다던 제니가 늘 곁에 있다는 걸 암시하기 위한 듯한 깃털이 바람에 날려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촌스럽게 의도적이면서도 어쩐지 쓸쓸하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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