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gowooni1 2014. 10. 24. 15:30

 

 

 

'미 비포 유'가 장기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작가만의 지나치게 심오한 세계관이 없고, 이해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말도 안되는 수식문구도 없으며, 쓸데없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괜히 앞 페이지를 들춰보게 만드는 귀찮음도 배제시켰다. 스물 여섯살의 어린 여성 입장에서 풀어간 이야기니만큼 수식문구도 적당하고 감정묘사도 안 깊고 대사도 쉽다. 거기다 초반부터 예고된 슬픈 달달함까지, 무척 친독자적인 소설이다.

 

영국 작은 시골마을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스무살때부터 스물여섯까지 장장 6년동안 같은 가게에서 일한 루이자 클라크는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실직자가 된다. 그녀의 실직은 곧 그녀 가족까지 입에 풀칠하기 힘듦을 의미한다. 일자리 없는 할아버지와 아빠 엄마, 대학교 다니다 토머스를 임신해서 미혼모가 된 동생 카트리나까지 전부 별볼일 없는 루이자의 수입에 의존해서 생활해왔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그녀의 재취업을 종용하고 그녀는 직업센터에서 이런 저런 일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시급이 쎄고 집에서도 가까운 곳에 일자리를 얻는다.

 

그런데 그 일이라는 게 참 생소하고 기이하기까지 하다. 간병인 같기도 하고 감시자 같기도 하고 말동무 같기도 한 일이다. 윌 트레이너라는 35살 사지마비환자의 곁을 지키며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게 일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왜 뽑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보다 훨씬 전문적인 간병인도 많이 지원했었고 또 막상 가보니 전문 간병인은 아예 따로 붙어 있다. 그녀를 뽑은 윌 트레이너의 엄마 카밀라 부인은 딱히 루이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윌은 더 심하다. 어떻게든 그녀를 멀리 떼어놓으려고 악담과 무시를 반복적으로 하고 가능한 한 시야에서 사라져줄 것을 요구한다. 겉만 번지르르했지 막상 들어가보니 숨이 막힐것 같은 일이라서 그만두고 싶은데 가족들은 그녀에게 그것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게다가 6년이나 사귄 남자친구 패트릭마저 그녀가 어디가서 그런 시급을 받을 수 있을것 같냐며 고작 6개월인데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한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고 어느정도 그 집의 분위기에 익숙해졌을 무렵 루이자는 자기가 어째서 고용되었는지 알게 된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활동가였던 윌 트레이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되어버렸는데, 그런 삶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는 고작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을 이용하여 전동 휠체어를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경동맥을 절단해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스위스 안락사 전문 병원 디그니타스에 가서 자신의 의지대로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며 죽기를 원했고 그의 어머니가 절대 반대하자 일어난 사건이었다. 간신히 살아나긴 했지만 윌은 여전히 더 살고 싶은 의지가 없었고 카밀라 부인의 간절한 요청 아래 6개월이라는 시간 후엔 디그니타스 병원으로 가기로 협상을 했었던 거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감시라는 명목으로 카밀라는 루이자를 고용했다.

 

그러나 젊은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같이 있는다는 것은 곧 미묘한 감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늘 세상에 적대적이고 입을 꾹 다물었던 윌이 루이자 클라크가 오고나서부터 조금씩 말문이 열리고 웃기 시작한 것이다. 악담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농담따먹기 하는 자신의 평범한 모습을 즐기고, 턱없이 짧은 루이자의 미용사 경력에 이발과 면도를 맡기며 육체적으로 상쾌해지는 기분을 즐긴다. 생전 하지 않을 것 같던 외출도 하고 인터넷으로 쇼핑도 하며 바깥세계와의 접촉을 조금씩 한다. 그러자 그녀가 썩 미덥지 않은 카밀라 여사까지도 루이자에케 기대를 건다. 만약 윌이 그녀를 많이 좋아하게 되어 인생을 그만 살겠다는 의사를 져버린다면...

 

'미 비포 유'의 뜻에 대하여 묻자 노 코멘트로 일관한 작가 조조 모예스는 여전히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각자의 의지에 따라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한다. 그런 자유로움에 힘입어 이 제목을 해석하자면, 이 제목에 결국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고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그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지 의지보다 그 사람없이 살수 없는 내가 있기 때문에 그가 살아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윌도 루이자에게 있어 미 비포 유 이고, 루이자도 윌에게 있어 미 비포 유이기 때문에 결국 삶은 각자 자신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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