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푸른 수염 [La Barbe-bleue]

gowooni1 2014. 10. 25. 22:58

 

 

 

25살의 예쁜 여자 사튀르닌은 파리에서 월세방을 구하기 위해 돈 엘레미리오의 집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가 제시한 월세는 오백유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파리의 보통 월세값을 비교해 볼 때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기회이다. 게다가 그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가 아니라 궁전같은 고급 아파트의 호화로운 방이며 최고급 침대에 바닥 난방까지 되는 실내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구비했다. 월세를 구하기 위해 돈 엘레미리오의 집 대기실로 갔을 때 이미 열 다섯 명의 지원자가 있긴 했지만, 하나같이 사튀르닌이 월세방의 주인으로 결정될 거라고 믿었고 실제로 그녀가 그 방의 주인이 되었다.

 

그녀가 월세방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이유는 순전히 하나였다. 그 방 지원자 중 가장 젊고 예뻤으므로. 돈 엘레미리오는 그녀를 자신의 저녁식사에 초대하는데, 처음부터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자신은 지금까지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월세를 놓은게 아니라 사랑할 여자를 얻기 위해 월세를 놓았단다. 스무살 중반 이후로 바깥출입을 해본 적 없는 이 스페인 일류귀족 아저씨는 마흔 네살이 될 때까지 그런 식으로 사랑할 여성을 구해왔으며, 그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물 다섯살의 아멜리 노통브가 빙의한 듯한 캐릭터 사튀르닌은 계란 노른자를 황금빛 국자에 담아 주는 돈 엘레미리오의 센스에 극찬을 했고, 극찬을 받은 스페인 귀족후예이자 변태인 이 아저씨는 즉석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아파트를 구경시켜주면서, 모든 곳을 구경해도 상관은 없지만 자신이 사진작업을 하는 암실에만큼은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식의 함정은 곧 언젠가 이 공간에서 무슨 문제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돈 엘레미리오에게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그에게 월세를 들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여자들을 죽인 사람은 돈 엘레미리오라고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믿어왔고 사튀르닌 역시 그가 범인일 것이라 믿으며 절대 돈 엘레미리오의 사랑놀음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고, 금기의 방에도 들어가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그러나 과신은 언제나 금물.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제공하는 최고급 생활환경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금빛 샴페인, 그리고 금색 치마와 음식들에 빠져들고 만다.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17세기 동화 '푸른 수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은 잔혹동화인데 실제 15세기 즈음 존재했던 살인마 귀족 '질 드 레'를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있다. 푸른 수염은 잔혹하고 부유한 귀족으로 여러 번 결혼을 하였으나 아무도 그와 결혼한 아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루는 그가 결혼을 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왔고 우여곡절 끝에 한 가문의 막내딸이 푸른 수염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는 새 아내에게 성 안의 열쇠를 모두 주면서 한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 채 지방 여행을 떠나고, 궁금증을 참지 못한 아내는 결국 그 방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그 방에는 지금껏 사라진 푸른 수염의 아내들이 시체로 걸려져 있었는데 소스라치게 놀란 새 아내는 빠져나오다 결국 열쇠에 피를 묻히고 만다. 피는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푸른 수염은 자신의 금기를 어긴 새 아내를 죽이려 하지만 아내의 형제들이 나타나 푸른수염을 죽인다.

 

아멜리 노통브가 새로 지은 푸른 수염에서는 원작과 다른 점이 발견된다. 자기 과신에 빠진 사튀르닌이 생각보다 빨리 돈 엘레미리오에게 애정을 느껴버리고 만 것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자의 과거를 궁금해하기 마련이므로 곧 그 금기의 방을 열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방은 원작처럼 잔혹한 장면들로 가득할 것인가? 새 동거인이 자신의 금기를 어겼다고 지금껏 사랑한다 말한 사튀르닌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정말 지금껏 그가 소문대로 예전 동거인들을 죽인 게 맞을 것인가? 기대보다는 헛똑똑이지만 당돌한 사튀르닌이 뭔가 다른 결말을 이끌 것인가? 아니면 의외로 원작에 충실한 결말이 나올 것인가?

 

그거야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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