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관상

gowooni1 2013. 9. 22. 21:58

 

 

태평천하였던 세종의 오랜 치하가 끝나고 문종이 올랐지만, 문종은 아버지를 보필하기에는 훌륭한 위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왕이 되기에는 너무 몸이 약했다. 자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거라는 예감 가운데 아직 어리기만 한 세자가 불쌍하고, 동생 수양대군의 야망이 너무 크다는 걸 알아 궁 내 피바람이 불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그러던 중 한양에 유명한 관상쟁이 하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궁으로 불러들인다. 그 관상쟁이가 얼굴 한 번 본 것만으로 살인자를 색출한다는 소문에 왕은 혹시나 자신의 왕위를 노리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다.

 

 

관상가 김내경은 역적 집안의 자식으로 양반이긴 하나 벼슬길은 꽉 막혀있고, 재산도 옛날에 몰수당해 족제비 털로 붓을 만들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근근한 처지다. 그러나 그에 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생 연홍의 스카웃으로 한양 제일가는 기생집에서 관상 봐주는 일을 하며 이름을 한창 날리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 도중 왕왕 사람들에게 조선이 김종서와 수양대군 중 누구의 나라가 될 것이냐는 질문을 받지만 그는 아직 수양대군이나 김종서나 그 얼굴을 보지 못한 탓에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물론 김내경도 그러한 시국 속에서 누가 패권을 장악할 것인지 궁금하다.

 

 

범인을 색출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을뻔 한 김내경은 다행히 김종서 측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즉시 김종서의 수하가 되어 궁으로 들어간다. 왕은 김종서와 김내경에게 왕의 주변인물들을 살펴 반역을 꾀할자가 누군지 알아보라고 명을 내리고 즉시 김내경은 문종 측근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반역을 꾀할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고 왕에게 그럴만한 사람이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고한다. 뭔가 꺼림찍하지만 그것에 고민하는 틈도 잠시, 워낙에 병약했던 문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승하하고 나이 어린 단종이 즉위한다. 그때부터 이리와 같은 수양대군이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본격적으로 물밑작업에 들어간다. 사실 수양대군은 김내경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어서 미리 자신의 얼굴을 숨길 수 있었고 덕분에 문종에게 의심사지 않을 수 있었다. 김내경은 그를 보는 즉시 반역을 꾀할 인물임을 직감한다.

 

 

어리고 심성이 착하기만 한 단종은 마냥 잘해주고 상냥하기만 한 삼촌 수양대군이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을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지만 김종서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자꾸 해대니까 짜증만 난다. 한편 수양대군은 김종서가 자신의 일을 망칠지도 몰라 더욱 조심하며 그의 세력을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수양대군의 측근에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책사가 하나 붙어있는 것 같은데 그 책사의 지략이 너무도 뛰어나 도저히 그를 당해낼 수 없고, 김종서든 김내경이든 그 책사의 정체를 밝혀내 그를 없애지 않는한 수양대군 천하의 바람을 막지 못할 거라 단언한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수양대군의 바람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수양대군을 원하고 있었다. 궁의 모든 사람들은 수양대군의 사람들로 채워졌고 어린 문종을 늘 보필하는 신하도 수양대군이 왕을 감시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붙여 놓았다. 아무것도 모르기만 하던 문종도 자꾸 들으니 삼촌이 의심가고, 거기다 관상책에서 본 역적의 상이 삼촌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을 보고 경악한다. 즉시 김종서를 불러 수양대군을 몰아낼 방법을 논의하는데, 수양대군의 군대가 명나라 사신들을 보필하러 명으로 가 세력이 약해졌을 때 그를 쳐 유배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역적이라도 역적이 승리하면 반역자가 아닌 왕이 되는 법. 결국 이리 수양대군은 호랑이 김종서를 철퇴로 때려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계유정난을 일으키고 왕위를 찬탈하는데 성공한다. 왕이 된 후 세조는 김내경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자신의 얼굴이 아직도 역적의 상이냐고. 그러나 김내경은 죽기 직전인 자기 아들을 살려내기 위해 사리분별 못하고 왕이 될 상이라고 크게 외치며 절을 한다. 세조는 그 말을 들으니 듣기는 좋다고 하고 하나, 어째서 자신은 이미 왕이 되었는데 왕이 될 상이라고 말한 것이며 그 말은 자신이 왕이 되기 전에 말했어야 되지 않느냐며 사정없이 그의 아들을 죽인다.

 

 

김내경은 다시 예전 살던 산골짜기로 돌아와 은둔생활로 칩거하고, 그런 그를 찾아 한명회가 찾아온다. 그 재능이 아까우니 이런데서 썩지 말고 함께 조선을 이끌어 가자는 한명회를 똑바로 쳐다보며 김내경이 말한다. 자신의 관상쟁이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으며 관상을 보는 능력보다 시대를 보는 힘이 없어 자신이 불러들인 화를 후회한다, 내가 처음으로 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만 네 관상을 보아하니 참으로 기이하구나, 천박한듯 하면서도 세상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상인데 말년이 좋지 않으며 반드시 목이 잘려 죽게 될 것이다, 라고. 그 말을 들은 한명회는 평생 그걸 두려워하여 처신을 잘하고 살아 결코 목이 잘려 죽지는 않았으나 그가 죽은지 17년 후, 연산군이 자신의 어머니 윤씨를 폐출한 경위에 책임을 물어 사림을 대거 죽인 갑자사화(1504) 때 부검참시로 결국 목이 베인다.(는 사실을 영화와 그럴듯하게 잘 섞어 놓은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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