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변호인

gowooni1 2014. 1. 5. 00:38

 

 

부산상고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대전지검 판사로 재직하던 송우석은 갑자기 다 때려치고 부산으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다. 대학도 안나온 그가 '그들만의 리그'가 꼴같지 않게 보인것도 있고 돈도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법이 바뀌어 변호사도 부동산 등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포착, 변호사의 명예를 실추한다는 타 변호사들의 손가락질을 받건 말건 그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성공했고 부산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세법 전문 변호사로 가뿐히 궤도에 안착했다. 이제 돈 많이 벌어서 사무실 직원도 더 두고, 쥐새끼 나올 걱정 없는 전망 좋은 아파트로 이사도 가고, 부산상고 동창회 회장으로 사람들의 인정도 받고, 남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 송우석이었다.

 

 

그가 이해가 안가는 것은,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데모를 하는 사태. 고등학교 졸업하고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판에 뛰어 들면서 어렵게 공부하던 우석은 대학생들의 데모가 이해가 안간다. 등 따뜻하게 붙일 방이 있고 학비 다 대주는 부모 있는 있는 집 자식들이 할 일 없고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데모나 하며 소일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신의 안위에만 급급하며 그저 돈 벌기에 여념이 없었던 그를 눈꼴 사납게 보는 친구도 있었지만 우석은 신경도 안쓴다. 오히려 친구의 '대학 나온 사람들한테 자격지심이나 가질 바에야 세상 돌아가는 눈이나 좀 키우라'는 말에 주먹까지 오가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자주 가던 소머리국밥 집 아들이 공안당국에 잡혀가자 사정이 달라진다. 대학생들이 할일 없어 데모하는 줄 알았는데, 정부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을 이유없이 잡아가 억지로 죄목을 만들고 죄인으로 만드는 사태는 명분없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명분 만들기' 작전의 일환에 불과했고, 전국 각지 대학생이나 지식인들을 무작위로 잡아넣은 사건이 돌고 돌아 부산까지 상륙했던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국밥집 아들내미가 그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국밥집 아주머니는 자기 아들이 풀려나게만 해달라고 애원을 하고, 마침 변호사 자격 정지처분을 받은 인권변호사인 선배가 송우석에게 사건의 변호를 부탁하면서 그는 인권 변호사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은 노무현을 많이 닮았다. '저런 상황에서 저런 식으로 변호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일텐데' 라고 생각한 대목에서도 어김없이 노무현이 보인다. 국가가 조작한 말도 안되는 상황이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는 그는 정의의 화신이 되어 강력하게 변론을 펼치지만 너무나 감정적이고 판검사의 반감을 살 소지가 다분하게 말을 한다. 실제로 부림사건의 당사자들이 인터뷰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노무현이 너무 강력하게 변호를 해서 판사들의 반감을 사 형량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고 할 정도이니 어찌보면 송강호의 연기력에 감탄하여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사건은 국가의 승리로 끝난다. 무고한 사람들은 얼마간의 형을 살아야 하고 우석(노무현)은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석을 단순하게 돈만 많이 버는 속물 변호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큰 사람으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는 점점 더 불의에 대항하여 싸우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적당히 하고 넘어가지,라고 생각하던 주위의 사람들을 자신의 신념으로 매혹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바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와 옳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우석에게, 그리고 그의 올곧은 신념에게 사람들은 점차 마음을 주고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 저력은 그를 대통력직으로 이끄는 큰 힘이 된다. 그의 신념의 힘이 조금더 강했더라면 지금 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십년이 지난 후의 그의 영향력이 어떤식으로 발휘되었을지 모르는 일인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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