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스카이 다이빙을 노려야 할 때

gowooni1 2013. 7. 9. 22:01

 

 

 

거의 7~8년만에 롯데월드에 갔다. 무슨 연유에선지 특정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자유이용권 12,000원이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었는데 이 미끼를 덥썩 물었다. 저렴하게 간다는 것도 기대되는데다가 모처럼 놀이공원에 간다는 자체가 즐거워졌다. 뭔가 익사이팅한 놀이기구를, 어떤 밀집된 장소에서, 한정된 시간 내에 몰아 탄다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가능한 한 많이 타야겠다는 전통적 계획을 세웠다.

 

예상대로 일찍 도착했다. 잠실역에 내려 롯데월드에 들어가니 아직 11시가 되지 않은 시간. 근데 뭔가 이상했다. 우리가 아침 일찍 오긴 했지만 엄청나게 빨리 온 건 아니었는데 사람이 너무 없었다. 이상하다. 게다가 일요일인데. 요즘 사람들은 놀이공원에 잘 안 오나? 다들 여름이라 더워서 오션월드나 캐리비안 베이로 갔나? 아니면 여름 휴가를 쓰고 모두 외국으로 떠난 걸까? 너무 오랜만에 와서 요새 롯데월드가 어떤 트렌드로 돌아가는 지 알 길이 있어야 말이지. 처음으로 후렌치 레볼루션을 10분도채 기다리지 않고 타는 기록 갱신을 시작으로, 후룸라이드, 바이킹을 다 타고 났는데 아직 1시도 되지 않았다. 후룸라이드를 기다리며 먹은 츄러스와 버터구이 오징어 덕분에 점심을 조금 늦게 먹기로 하고 매직 아일랜드로 나갔다. 사람이 조금씩 많아지긴 했지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서 매직 아일랜드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여기서도 기록을 세웠다. 늘 놀이기구 바깥으로 뱅글뱅글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은 온데간데 없고 자이로드롭 운행 담당 알바(생인지 직원인지)가 '지금 당장 자이로드롭을 타러 오면 대기시간 없이 지상 70미터, 아파트 25층 높이 상공에서 떨어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지만 쇼킹할때가. 명실상부한 놀이기구인 줄 알았던 자이로드롭이 호객행위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다니. 상공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많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자이로드롭을 타야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꺾을만큼은 아니었다. 석촌호수 위로 빙그르르 돌면서 서서히 올라가는 높이 70미터는 마음으로 700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다. 막상 떨어질 때보다 그렇게 서서히 올라가는 그 시간의 긴장감이 훨씬 무서운 법이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물론 엄청나게 무섭지만, 그게 너무 짧아서, 에게 겨우?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나는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청풍호 번지점프 유경험자가 아닌가. 이렇게 큰소리 치며 말하지만 친구가 '당장 한 번 더 타자' 했을 때는 다리를 휘청,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려왔다.

 

연이어 자이로스윙, 아틀란티스를 다 타고 나니 2시가 넘어있었다. 거의 소나기 수준에 가까운 비를 맞으며 아틀란티스를 타느라 진을 뺐는데 줄 안 기다려도 된답시고 신나서 회전그네라는 이상한 기구-별로 무섭지도 않은데 스물두바퀴나 연이어 돌기만 하는-를 타느라 어지럼증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게다가 잠시 소강상태처럼 보였던 날씨가 회전그네를 타자마자 다시 소나기를 마구 뿌려대는 것이 머리와 옷이 흠뻑 젖을 지경이었다. 타고나서 한바퀴 돌자마자 곧장 '왜 탔을까' 후회를 하며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한산함 덕분에 롯데월드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측에 속하는 놀이기구만 연이어 일곱개를 탄 터라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 오므라이스와 스파게티와 칠리 포테이토를 먹고 조금 쉬어줘야 했다. 옆 테이블에는 우리 못지 않게 피곤한 커플이 아예 탁자 위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이쯤 되니 나는 집에 가고 싶었는데, 내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체력의 친구 한 명이(그 친구와 몇 번 여행을 함께 하며 공통적으로 도달한 결론이 '우린 체력이 맞지 않아'였다) 기필코 혜성특급을 타줘야 겠다는 것이다. 그래 좋아, 그렇다면 회전목마를 한 번 타고 원기를 회복하자고. 회전 목마를 타며 처음으로 롯데월드에 왔던 일곱살 기분으로 돌아가 마음까지 충전하고 다시 한 번 매직 아일랜드로 나갔다. 혜성특급까지 타면 아마 롯데월드에 있는 스피디하고 하드한 기구는 모조리 섭렵하는 거다.

 

옛날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혜성특급엔 괜히 그런 이름이 붙어 있는게 아니었다. 혜성특급을 타는 사람들은 지구를 떠나 수성과 금성을 지나고 가스로 뭉친 목성과 토성을 지나 멀리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스치는 코스를 거쳐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오, 이렇게 심오한 시나리오가 있었을 줄이야. 그걸 알고 다시 타니 어쩐지 이런 아이디어를 내어 혜성특급을 만든 사람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어쨌든 오랜 시간동안 죽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롯데월드의 대표 스테디셀러급 놀이기구이니 말이다.

 

그후 고갈되어가는 체력을 끌어모아 자이로스윙을 한 번 더 타고 집으로 컴백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총 몇 개를 탔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보다 잠이 들었고, 집에 와 씻고 나선 거의 기절해버렸다. 이렇게 체력이 완전히 소모될 때까지 육체에 무리를 가해 준 것도 얼마만인지. 기진맥진하여 빌빌거리면서도 자이로스윙을 마지막으로 더 탈 때의 기분은 이러했다. 음,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어째 롯데월드도 시시해졌네. 이것도 그럭저럭 견딜만 한 걸 보면 담번엔 스카이 다이빙에 도전해야 되겠어.

 

과연 언제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