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대하여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주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 입어, 깊이도 없는 입장을 마치 자신의 철학인 양 큰소리 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즐겁고, 볼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으므로, 굳이 나의 영역이 아닌 것에까지 어줍잖은 철학을 내세워 고수하기보다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신경쓰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므로 유시민이란 사람에 대해서나 그의 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그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졌는지, 그의 정치적 행보가 어떠하였는지에 관해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것은 그가 워낙에 유명한 사람이라 그럴 뿐이다. 그런 그의 책을 처음으로 읽어 본 것이 바로 이 '어떻게 살 것인가'였으니 이유도 당연하다. 이 책은 정치적인 느낌이 별로 나지 않았던데다, 많은 사람들의 화두를 떡하니 제목으로 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멋대로 막 사는 사람이라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물론, 말만 저렇고 실상 들춰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곧 어떻게 정치적으로 살 것인가로 변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의심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저자의 삶에 대한 인생관, 가치에 대한 철학관을 담은 책임엔 맞지만, 유시민이라는 사람 자체가 워낙에 정치적이었고 그 세계에 깊이 몸 담갔던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정치적인 냄새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그의 에세이 곳곳에는 그가 늘 추구해왔던 진보주의적 성향이 담겨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국민의 복지 향상임에는 틀림없으나, 지나친 예산과 잘못된 집행방식 때문에 역으로 복지예산을 이용하는 악덕한 사회단체만 증가시켜서도 안된다는 내 입장과는 조금 많이 다른 그의 약간 과하다 느껴지는 진보주의를,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알기 힘들었을것 같다.
책에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담으려다보니 어쩔수 없이 그의 정치적 행보들이 다 나와있지만 책의 마지막에는 다시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미래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마지막 챕터에 반복된 말들만 되새겨보아도 그가 어떤 가치관으로 미래를 살아갈 것인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칸트의 충고를 기억하자.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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