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gowooni1 2013. 5. 19. 20:55

 

 

 

 

이 책은 발레리나 강수진이 살아온 이야기이다. 사실 그녀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수도 없이 요구를 받았을 법한데 그런 셈치고는 좀 늦은 감도 있다. 그녀가 그동안의 생각을 바꿔 갑자기 자서전을 낸 이유는 어느 기업체 특강을 갔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의 인생에라도 감동과 영향을 준다면 값질 것 같다는 생각의 전환 덕이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열정 가득한 한 인간의 이야기를 접하고 감동할 수 있게 되었다.

 

강수진은 서두에서부터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는 나와 닮은 당신을 위한 이야기라고.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그냥 그럭저럭 보내면서 행복하고 만족해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읽고서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나는 그냥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좋은데 꼭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나? 이런 사람이라면 그녀와 별로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와 닮은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은 대충 이러하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고, 내가 가는 길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으며, 나의 경쟁자는 오직 어제의 나 밖에 없기 때문에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시간을 보내는 데 충실할 수 있는 사람.

 

저자의 의도보다 출판사의 의도가 더 많이 개입된 책 답게 대중적인 책 구성과 강수진 본인의 색이 많이 바랜 문체가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 책은 어차피 문학적 감동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인생 스토리가 주는 감동을 제대로 받고 그걸 자신의 삶에 모티베이션 하는게 더 중요하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 귀 기울이면 강수진은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게 독했구나, 자기 내면의 욕구에 충실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레벨이 되기 위하여 모든 걸 불사지를 수 있는 열정이 있구나, 탄복하게 된다. 다들 잠든 시간에 홀로 먼 이국땅에서 새벽까지 발레 연습을 하던 시절,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에 입상하고도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하여 오랜 시간을 군무만 하면서도 자기 연민이나 비하에 휘둘리지 않고 더 실력을 쌓으며 밝게 지내는 모습, 자기 자신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강한 자아와 그만큼 자기애 강한 남편을 만나 오랜 시간 신뢰로 다져진 관계를 구축한 모습 등등.

 

서른이 넘은 나이에 정강이뼈가 부러져 1년 동안 휴식기를 가진 후에도 화려하게 수석자리로 컴백했다는 것 역시 그녀의 내적 열정을 입증하는 사소한 증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녀보다 먼저 유명해진 그녀의 발사진이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인지 보여준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상대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냥 강수진 그 자체다. 최고의 파트너를 얻으려면 먼저 최고의 파트너가 되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나 연인과의 관계에서나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언제나 최고의 파트너들과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고, 최고의 남편 툰치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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