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gowooni1 2013. 2. 24. 23:48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병은 불안증이다. 불안함이 너무 보편화 되어 있어서 그 심리상태가 비정상이라는 것도 모르고 오히려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대개 불안한 심리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확신에서 나오게 마련인데 이 원인을 또 한 차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모든 것은 시간 때문이다. 아직 해 놓은 게 없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간다.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오르지 못했는데, 아직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직 정말 원하는 직장을 잡은 것도 아닌데, 아직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아직 해야할 것들이 인생에 너무나 많은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는 초조함.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자신의 경험담을 살려 엑또르라는 인물에 자아를 투영하고는 소설을 썼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시간의 흐름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고 심지어 정신적으로 불안감와 우울증, 짜증과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여 그를 찾아온다. 그러다보니 엑또르 자신도 깜짝 놀란다. 정신과 의사로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오며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도 못하였는데 어느새 환자들이 자신을 초짜 의사가 아니라 어느 정도 경력과 연륜이 있는 의사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냥 젊은 의사로 남아있을 줄 알았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애인 클라라는 언제부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에 우울감을 호소했다. 엑또르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고찰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여행을 나선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아가는 이누이트 족에서부터 어느새 서양식 시간으로 철저하게 물든 중국까지. 엑또르의 표면적인 여행 목적은 중국의 현자라 불리우는 노스님을 만나는 것이지만 실제 내면적인 목적은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는 거다.

 

살면 살수록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인생 계획이라는 것을 하루 이틀 단위로 쪼개 세워봤자 부질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점점 더 많은 조직과 사람들의 굴레에 속하게 되고 그만큼 해야할 일도 많아진다. 자신의 인생 계획이라는 것을 한달 두달 단위로 세우는 것도 너무 빠듯해서 일년, 이년 단위로 세워야 적절한 것처럼 보인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한 구분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여야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는 일이 줄어들 거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급하지만 내 인생 궁극적 목표라는 관점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만 열심히 하면서 나도 모르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정말 내 인생 궁극적 목표에서는 그만큼 멀어지고 만다. 가령 일에만 파묻혀 있다가 평생 사랑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거나, 혹 그런 사람을 만났더라도 그냥 스쳐지나가게 내버려둔다거나. 또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습관을 들이지 못해 평생 남들이 지시해준 목표만 달성하며 살아가다 은퇴하여 무력감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다 자살하게 된다거나.

 

인생은 유한하다는 걸 늘 염두하고,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날인 것처럼 살고, 지금 이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 주위에 일어난 모든 일과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여기며 쓸데없는 자부심과 자만, 오만함을 버리고 진정 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하며 진실되게 살아가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지만, 역시 모든 것이 그러하듯 진실되는 연습, 오만하지 않는 연습, 이미 일어난 일들에서 의미를 찾고 감사하는 연습, 내게 다가온 모든 인연들을 소중히 하고 고맙게 여기는 연습, 겸허하고 겸손하되 자신 안의 신을 믿는 연습, 정말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생 최후까지 남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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