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회귀천 정사

gowooni1 2013. 1. 27. 00:13

 

 

 

 

회귀천 정사는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측으로 꼽힌다. 워낙에 렌조 미키히코가 미스터리 순문학을 아름답게 쓰기로 정평이 나 있어서, 그가 다루는 소재가(살인을 다루는 미스터리 장르가 그렇듯) 어둡고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고상하면서도 시적인 감각이 녹아있다. 그가 즐겨 다루는 시간적 배경도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20세기 초중반 아직 물질문명이 세계를 완전히 뒤덮지 못하여 자연적인 것에 영향을 받는 시대, 패전 직후 일본 국민들 정서가 전반적으로 슬프고 좌절된 시대, 마지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나마 사랑이라는 감정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고단하게 살고 있지만 그 사랑의 끈이 약하여 톡하면 모두들 부서질 것 같은 시대.

 

회귀천 정사에 담긴 다섯편의 단편 중 꽃의 격으로 거론되는 '회귀천 정사'도 슬픈 작품이다. 천재 가인이라 불리우던 소노다는 두 번의 정사 사건을 불러 일으켜 세상에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나'는 소노다가 살았던 삶의 시간과 장소를 추적해 가면서 그를 둘러쌌던 두 건의 정사에 대한 실상을 면밀히 파헤치는데... 너무나 천재여서 기교를 부릴 수 밖에 없던 가인이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온 진실에 맞춘 삶을 살지 못하고 자신의 기교에 맞춘 삶의 깊이를 조성하려고 노력한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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