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하느님의 보트

gowooni1 2012. 12. 30. 13:57

 

 

 

졸립고 지루하다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 일관적으로 내뿜는 관능적 나른함을 즐기는 팬이라면 이 소설 역시 즐길만 하다. 조용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아담하고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인물간의 내적 갈등이 조금씩 발화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느님의 보트'에서는 엄마인 요코와 딸 소우코가 그 갈등의 중심이다. 요코는 젊은 시절 몇 년 지속되지 않은 짧고도 불같은 사랑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여인이다. 그 결과물로 소우코라는 둘도 없는 보물을 얻었지만, 그 남자가 떠나면서 남긴 '반드시 돌아올 것이며 세상 어디에 있든 꼭 찾아낼 거라는' 말 하나만 믿고 십 년이 넘는 기간을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주지 않은 채 이방인처럼 떠돈다. 소우코는 엄마를 사랑하는 착한 딸이라서 그런 엄마의 떠돌이 생활에 기꺼이 동참해주지만, '새로운 것을 거부하지는 않되 절대로 익숙해지지도 않는' 엄마의 성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소우코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로서 익숙한 것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장래를 생각하고 싶은 소녀다.

 

늘 과거에만 얽매인 엄마에 비해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줄도 아는 똑부러진 소우코는 결국 엄마에게 반기를 든다. 더 이상 엄마의 이방인 생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어디에도 이사를 가지 않을 거라고, 고등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자기만의 인생을 개척할 것이라고. 소우코와 하느님의 보트를 타고 떠도는 삶에 만족하던 요코는 크게 방황하고 더는 이 행복이 지속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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