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황태자비 납치사건

gowooni1 2013. 1. 25. 00:03

 

 

 

 

김진명은 '이번엔 무슨 가치관을 독자에게 세뇌시키려고 썼나'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강한 소신의 작가다. 너무 강력해서 적도 많을 것 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만큼 흡인력도 강하다. 엄청난 역사적 사명감을 지닌 이 작가의 소설만 몇 권 읽어도 역사공부 됨은 물론 풍부한 스키마까지 쌓인다.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한 눈에 봐도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연상시킨다. 그걸로는 부족할까봐 출판사에서 친히 띠지로 설명을 해놓았다.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있은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일본의 황태자비가 납치되었다는 가정하에 진행된다. 그리고 물론, 일본의 황태자비를 납치한 범인은 한국인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본의 국모인 황태자비 마사코가 사라진다. 경호원들은 눈 뜨고 코 베인 셈이다. 이 사건으로 유능한 경찰 다나카가 경시총감과 국무총리의 특명을 받아 황태자비의 행방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다나카는 유능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황태자비 마사코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재색을 겸비한 후배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다나카는 황태자비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온갖 길을 모색한다. 다나카는 유능한 경찰이라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는데 기가 막히게 머리를 굴리는데 그의 추리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국 다나카는 범인이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며, 그가 잡범이 아닌 역사적 사명감을 띤 청년임을 알아낸다.

 

황태자비가 납치된지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범인으로부터 요구사항이 없자, 일본 열도는 긴장한다. 그러다 범인으로부터의 메시지가 신문에 크게 실린다. 일본 정부는 '한성공사관 제435호' 전문을 공개하라는 거다. 이 사태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의 입장은 극으로 갈린다. 지금까지 범인이 한국인이었다는 것에 의기양양하며 온갖 방법으로 범인의 악행 부풀리기에 나섰던 정부는 갑자기 조용해지고, 국민들은 그깟 한성공사관 435호 전문이 뭐기에 공개를 안하여 황태자비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느냐 분노한다. 국민들의 분노와 여론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극도로 말을 아낀다. 그러다 기껏 범인의 메시지에 응답하여 신문에 보낸다는 말이, '한성공사관 제435호 전문은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일명 에조 보고서라 불리는 한성공사관 제435호. 여기에는 백년 전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관한 서술이 기록되어있다,는 정도는 알겠다. 무슨 내용인지 대충 알겠는데에도 내놓지 못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증폭된다. 사실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관철시키려는 세력과 그것을 막으려는 개인이 대립됐다. 황태자비를 납치함으로서 사건을 크게 키운 다음에, 제대로 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후, 유네스코에 일본의 잘못된 역사교과서 심의를 통과시키려는 일본 실세들의 의지를 꺾어 놓으려는 것이다. 독자를 마지막까지 궁금증으로 모는 요소는 두가지다. 대체 에조 보고서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인 범인 두 명의 최후는 어찌될 것인지.

 

드디어 작가가 두 눈으로 확인했다던 에조 보고서의 내용이 심히 충격적이다. 꿈에 나올 지경이다.

 

 

'문자중독-Reading > 문학*문사철3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백한 언덕 풍경 A Pale View of Hills  (0) 2013.01.31
회귀천 정사  (0) 2013.01.27
행복의 추구  (0) 2012.12.30
하느님의 보트  (0) 2012.12.30
매스커레이드 호텔  (0)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