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겨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던 케이트는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 슬픔에 잠겨버렸다. 내 인생은 대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연민에 푹 빠져있는데 장례식장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노부인을 본다. 엄마에게 저런 친구가 있었나? 노부인에 대한 묘한 관심과 경계심으로 버무려진 케이트. 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증폭되는 건, 그녀에게서 계속 케이트에게 컨택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동정은 사양하고 싶은데 마치 오래전부터 자신을 알았던 듯 친근하게 구는 노부인 때문에 케이트는 짜증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 하려고 부인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 부인의 방에는 온통 케이트의 성장시절 사진과, 자기는 기억도 나지 않는 아버지 잭 말론의 옛날 사진이 도배되어 있었던 거다. 잭 말론은 자기 일생의 유일한 사랑이었다는 노부인 새러 스마이스. 새러는 오직 한 명의 독자 케이트를 위해 쓴 자신의 두툼한 원고를 케이트에게 건넨다.
새러와 잭은 1945년 맨해튼 파티장에서 만나 첫눈에 반해 불같은 사랑을 하고 서로에게 푹 빠진다. 8시간의 데이트 끝에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는데, 그 시절 혼전 순결은 거의 절대적으로 중시되던 때. 하지만 잭은 바로 내일 유럽에 종군 기자의 운명을 안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고, 새러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으로 잭과 잠을 잔다. 연락을 하기로 한 후 슬픈 작별을 하고 새러는 잭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매일같이 편지를 부치지만, 잭에게서는 답장이 한 통도 오지 않는다. 강렬한 사랑과 분노가 뒤섞여 잭에 대한 애착은 더욱 강렬해지고, 결국 새러는 제대로 직장 생활도 못한채 회사에서 해고된다. 몇 개월 후 잭에게서 단 한 장의 짧은 엽서가 오고 거기에는 달랑 한 마디 '미안해요'라는 단어만 적혀 있다. 새러는 지난 수개월이 자기 혼자 빠진 망상이었음을 깨닫고 훌훌 털어버리고 새출발을 시작한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재미없는 은행가를 만나 결혼하고 또 다시 얻은 명성을 버리고 가정주부 생활로 돌입한다.
자아가 강하고 독립적인 새러에게 결혼생활은 감옥과 같았다. 엄격한 청교도 집안의 시댁은 사사건건 새러의 행동을 감시제어 하려 들고, 남편은 결혼전과 달리 권위적인 태도로 그녀에게 아내로서의 역할을 요구한다. 목이 조이는 것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새러는 유산을 하고, 동시에 이혼을 하고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온다. 새러에게 맨해튼은 자신이 숨쉬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고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진정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다. 친오빠의 전적인 도움과 지지를 받으며 새러는 다시 자신만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 다시 생활에 어느 정도 안정이 잡힐 무렵, 그녀 앞에는 잭 말론이 나타난다.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다가 나타난 잭 말론. 그는 세살배기 아들과 아내 도로시와 함께였다. 몇 년 전 그렇게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엄청난 편지공세를 받으면서도 미안하다는 한마디의 성의없는 엽서를 보낸 그는 그렇게 새러와 같은 도시에서 그것도 결혼을 하고 아이의 아빠가 되어 지내고 있었던 거다. 새러는 배신감을 느끼며 잭을 밀쳐내지만 잭은 자신의 행동에 변명과 사과를 해대며 다시 새러에게 접근한다. 도로시와의 결혼은 아이가 생겨버린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였다고,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새러이지 도로시가 아니라고. 그동안 잭에 대한 증오와 분노는 한순간에 사랑으로 변해버리고 새러는 다시 잭과 사랑 혹은 불륜의 관계에 빠지고 만다.
책의 이름은 '행복의 추구'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철저히 비참하고 불행하다. 슬픈 인생을 사랑이라는 희망 하나에 목 걸고 겨우겨우 살아간다. 이렇게 비참한 상황을 생각해내고 등장인물을 거기에 빠뜨리는 것도 보통 쉽지 않겠다 싶을 만큼 더글러스 케네디는 불행의 대가이다. 간혹 작가가 주인공들을 위기의 극에 빠뜨리는 것을 보면서 극단적 새디스트 혹은 마조히스트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지만 확실히 상황이 그러할수록 몰입도는 높아지니 작가적 역량에 있어서도 대가이다. 이렇게 불행한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는 행복할까 하는 의문도 생기긴 하지만 그거야 작가 본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니까. '행복의 추구'는 끝까지 행복을 추구한 불행한 사람들의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