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사랑의 기초-연인들

gowooni1 2012. 12. 17. 20:13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는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와 많이 다르다. 후자가 이미 결혼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전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연인들의 이야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하지 않은 연인들의 시작과 발단, 그리고 끝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간 이야기다. 스펙터클한 기승전결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이건 거의 대한민국 평범 직장인 커플이 사랑하고 만나다 헤어지는 이야기를 분석한 보고서 수준이다.

 

여자는 그저 그런 대학을 졸업해 그저 그런 회사의 그저 그런 박봉을 받으며 다니고, 평범한 사람들과 남들만큼 평범한 횟수의 연애를 경험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둘이 만난 것도 운명과 같은 느낌으로 첫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 후배를 통한 평범한 소개팅. '사랑의 기초-연인들'의 시작이 그렇다고 이 연인들이 만나는 것을 기점으로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책의 1/3은 이 나라 평범한 남자 여자가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가치관을 주입 받으며 자라왔느냐를 시시콜콜하게 분석해 놓았다.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대부분의 이야기처럼 이 이야기도 전체적으로 그리 명랑하지만은 않다. 애초에 이별이 예고된 느낌의 커플 이야기. 둘은 결혼 적령기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규정해 놓은 여러 가치관들과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가장 쉬운 방법, 이별을 선택한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가 역시 우울하고 밝지 않은 미래임에도 결국 결혼 생활로 돌아오는 것처럼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는 이별을 통해 각자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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