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최후의 경전

gowooni1 2012. 11. 17. 12:08

 

 

 

 

인서는 인터넷을 뒤지다 13의 비빌에 대하여 알고 있냐고 도발하는 사이트를 발견한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매미가 어째서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육지로 나와 고작 한 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을 살다 생을 마감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시한다. 평소 수에 관해서라면 강하다고 자부한 인서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자 괜히 자존심이 상한다. 며칠 후, 예의 도발적 사이트를 찾아가보니 그 사이 폐쇄되어 버렸다. 그게 더욱 인서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이버 수사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13의 비밀 사이트 개설자에 대한 정보를 얻긴 했지만 그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인서는 13의 비밀에 대하여 아십니까, 라는 문구 하나 달랑 올린 사이트를 개설하여 그 사람을 도발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방법은 먹혀들었고 그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메일의 내용은 '어서 빨리 그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긴 협박성 메시지였다.

 

인서는 진도자라는 현인을 찾아가 17년 매미의 비밀에 대하여 묻지만, 진도자는 아무것도 모르며 진짜 현자는 백두산에 있다고 알려준다. 인연이 닿으면 갈 수 없어도 만날 것이고 인연이 없으면 아무리 찾아가도 만나볼 수 없을것이라는 아리송한 말만 남기며. 그 사이 인서는 사이트 개설자였던 나딘과 만난다. 나딘은 미국에서 유명한 수학자로 수의 비밀에 관하여 오랫동안 탐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날고 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풀지 못한 페르마의 정리를 이미 증명해 낸 세계적 석학이기도 한 나딘에게 인서는 묘한 질투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경외감도 느낀다. 나딘은 진도자가 언급한 백두산 자락의 현자를 만나기 위해 인서를 찾아왔고, 둘은 함께 백두산 기슭으로 날아간다. 인연이 있었던 덕인지 둘은 백두산의 현자를 만나 17년 매미의 비밀에 대한 답을 얻고 돌아온다.

 

나딘의 목적은 뒤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유대인들의 비밀 경전 카발라에 버금간다고 하는 최후의 경전을 찾는 것이다. 13의 비밀로 뭉친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의 모임 프리메이슨의 세상 조작놀이가 한마디로 꼴보기 싫었던 거다. 그렇지만 어쩌다 13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오려하는 일반인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의문사를 당하기 일쑤였고 그리하여 나딘은 비밀리에 또 다른 최후의 경전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수메르인들이고, 수메르인들 중 일부는 또 다른 경전을 가슴에 품고 대륙의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역사적 사실인데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카발라에 버금가는 최후의 경전을 지닌 민족은 일본이나 한국 또는 중국이다'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그런데 수메르인과같은 교착어를 쓰는 민족은 알타이어족인 일본과 한국뿐이다. 그러므로 최후의 경전은 일본이나 한국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서는 이런 사실들에 크게 고무되어 나딘과 함께 한국에 남아있는 고서들을 뒤지며 경전을 찾는데 집중하지만, 정말 카발라에 버금가는 경전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작가가 머릿말에 남긴 그대로 엄청난 독서와 공부와 사색을 통해 생산되었을 '최후의 경전'은 쉽게 읽히는 재미와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미스테리적 요소는 기본이다. 감탄은 다른데서 온다. 저자가 다루는 방대한 범위의 소재와,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적 역량과, 그것들을 다루기 위해 훨씬 첩첩이 쌓여있을 그의 스키마에 압도되어버리고 만다. 범인인 인서가 천재인 나딘의 수학적 재능에 느낀 질투와 경외감을,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사실을 저자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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