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막다른 골목의 추억

gowooni1 2012. 11. 4. 20:36

 

 

 

 

요시모토 바나나의 비교적 최신 단편소설 모음집. 깊든 얕든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여성이 화자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덕분에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 언제나처럼 감성적이고 일기같은 독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 설정은 조금씩 다를텐데,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는 늘 비슷한 연령대의, 비슷한 마음 주파수를 가지고, 비슷한 성품으로 사건들을 대하며, 똑같은 어투로 말을 한다. 그게 바나나의 소설을 읽으면서, '또 비슷해서 돌아서면 잊어버리겠군' 하고 실망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상한 건 대체 '그 실망의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일까'하고 궁금해서 읽는 사이 결국 끝까지 읽어버리는 것, 그리고 또 한 번 그녀가 만든 비슷한 세계에 몰입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도 마음에 안드는 이유는, 마치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서다. 과연 상처 없는 사람은 없으며, 상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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