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인터넷 검색창에 안철수를 치면, 그의 공개 프로필 직업란에 '정치인'이라고 뜬다. 대선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씁쓸하다. 아직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 게 대한민국 국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이고, 그래서 예전부터 그를 좋아하거나 존경해왔던 사람들은 그의 정치행로에 마냥 긍정적인 의견을 보일 수가 없다. 그의 대선출마 과정을 가만 지켜보면 그가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 자신의 욕심에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하나의 소명이라 보고 기꺼이 그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일종의 잔다르크적 숭고함까지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건 다름 아닌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을 사 표를 얻어야 하는 자리이다. 그의 행동 모든 것이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작전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무조건적 시니컬함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기존 저서들과 달리 순전히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대한민국의 현안사항들에 대한 문제를 바라본 안철수의 거시적 시각이다. 아직 그가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만들어진 책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대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제정임 교수가 안철수 원장(이때는 원장이라는 호칭을 썼다)에게 핫 이슈들에 대한 질문을 하면, 거기에 안철수가 응답하는 방식이다. 이 책이 이미 오래전에 구상되었고 출간이 되었던 상황만 보아도 그가 꽤 오래전에 대선출마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고, 또 이 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많은 고찰을 했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까?'에 대한 심도깊은 답을 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가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은 너무나 많고, 그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제도적 방안은 너무 전문적이다. 여기에선 그냥, 그가 생각하는 문제들에 대한 기본적인 해결 방향 정도만 살짝 비춘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에 대한 방안을 첫번째로, 많이 생각한 인상을 준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복지수준을 어떻게 하면 그래도 조금 개선시킬수 있는지 고민한다.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창출, 정리해고, 청년실업 같은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에 대한 고심, FTA와 식량부족에 대한 문제, 언제나 부족한 에너지와 대체 에너지에 대한 문제, 입시경쟁과 사교육,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문제, 이명박 정부에 들어 많이 후퇴되었다고 평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등.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데에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고심해봐야 한다는 것에 더 놀랍다. 역시, 대통령은 아무나 할 것도,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조차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자중독-Reading > 관심가는책2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0) | 2012.11.05 |
---|---|
프렌치 시크 (0) | 2012.11.04 |
행복도 선택이다 (0) | 2012.10.28 |
독서력 (0) | 2012.10.28 |
나는 나를 위로한다 (0) | 201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