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나는 나를 위로한다

gowooni1 2012. 10. 18. 23:47

 

 

 

연수 간 친구 왈, "여기서 작가 아저씨를 하나 만났는데, 이 아저씨가 너무 좋아." 한창 파릇파릇한 열아홉살 때부터 이상형이 전광렬이던 친구다. 아저씨 취향이 어디가시겠어, 라고 속으로 대꾸하는데 친구가 말을 잇는다. "아저씨가 에세이 집을 하나 냈는데 그 책 읽고 더 좋아졌어. 나중에 내 남자친구가 늙으면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 정도의 찬사를 들으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35년 간 정신과 의사로 일을 하다 은퇴하여 지금은 글을 쓰며 살고 있다는 그 작가의 첫번째 책은 바로 2011년 초판을 인쇄한 '나는 나를 위로한다' 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철저하게 작가 자신을 위한 책이다. 저자가 글을 쓰며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얻기 위해 쓴 글. 말했던 상황을 자꾸 반복하는 것만 봐도 독자를 크게 배려하였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독자에게 자가위로를 위한 방법을 전달하는 책도 아니다. 아주 철저하게, 저자 이홍식이라는 35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던 한 남자가 자신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에 대해 담담하게 고백하듯 쓴 글이다.

 

정신과 의사로 일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함께 짊어지고 간다는 의미이다. 그는 환자들의 불행 홍수 속에서 튼튼한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감싸고 보호하고 달래고, 때로는 활력의 원천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애를 쓰며 살았다. 걷고, 음악을 듣고, 아내와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등반을 하고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위로했다. 책에는 저자가 그린 그림이 삽화로 중간중간 들어있다. 자신의 그림에 작품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 그저 자신이 마음에 평온을 얻고 행복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그것으로 족하단다.

 

그의 글은 애초에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었으니,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려는 의사가 부족하다. 그런 글은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우므로 금방 질려 덮게 된다. 그런데 이것 참, 그의 수필은 은근한 흡입력이 있다. 오랜 시간을 의사로 아버지로 아들로 남편으로 살면서 깨달은 삶의 연륜,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들이 그 감상적이고 자기 중심적이고 카타르시스적인 문장 중간중간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쓰윽 다 읽고 나면 저자가 옆집 마음씨 좋은 은퇴한 호호 할아버지처럼 가깝게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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