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늑대아이

gowooni1 2012. 9. 21. 00:21

 

 

도쿄 외곽의 국립대학에 다니는 '하나'는 강의 중 한 남자한테 반한다. 교재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강의인데 열심히 필기만 하는 남자. 그는 알고보니 정식으로 적을 두지 않은 청강생이었다. 자신의 교재를 같이 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소심한 하나치고는 대담하게 대시를 하고 둘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진다. 낮에는 운전과 각종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그였지만 하나가 마련해주는 옆자리와 공부 교재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들었다. 어느덧 둘의 마음은 깊어지고 남자는 자신의 큰 비밀을 드디어 고백한다. 사실 그는 늑대인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랑에 폭 빠진 하나에게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달밤에 늑대로 변한 그의 모습을 보아도 무섭기는커녕 자신을 드러내보인 그에게 더 깊은 감정을 느낄뿐이다. 둘은 함께 살기 시작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나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동시에 휴학을 했고, 이제 엄마가 될 준비를 본격적으로 한다. 하나가 해야 할 준비란 혼자 집에서 아이를 낳는 법을 알아두는 것이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늑대인간의 아이였으니 태어날 때의 모습이 인간일지 늑대일지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무사하게 첫째 딸을 낳고, 무난하게 둘째 아들도 집에서 출산했다.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불길한 그늘이 드리웠다. 하나에게 먹일 꿩을 사냥하던 중 그만 남편이 죽어버렸던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도 잠시, 이제 하나는 현실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벌이는 없고 아이들은 커갔다. 아이들은 아직 인간으로서도 늑대로서도 정체성을 갖추지 못해 흥분하면 늑대로 변하고 밤이 되면 늑대 울음소리를 내다가도 낮에는 놀이터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뛰어 놀았다. 아파트 주인은 애완동물을 키우면 안된다며 하나를 나무라고 주위에서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참지 못한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곳을 찾아 그녀는 도쿄를 떠나 남편의 옛 사진에서 본 먼 시골로 이사한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지만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시골은 환상적인 곳이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첫째 딸 유키는 시골에서의 삶에 환호성을 지르며 적응해나가지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들 아메는 누나와 달리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젊은 여자가 아이 둘을 데리고 시골 산 속 폐허로 들어오자 노인들밖에 없는 마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처음에 마음을 열지 않던 동네 주민들은 유키가 먹고 살 수 있도록 농사 기법을 전수해준다. 그렇게 세 식구가 먹고 살 기반이 마련되었다. 하나는 아이러니한 감정에 빠진다. 사람들을 피해서 시골로 이사를 왔는데, 분명 사람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겠지만 이 사람들의 눈 때문에 다시 유키와 아메에게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늑대 귀와 꼬리를 감추느라 애간장을 태워야하니 말이다.

 

 

시간은 흘러 유키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처음으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불안하다. 수시로 튀어나오는 귀와 꼬리를 절대로 들켜서는 안되므로, 그녀는 딸에게 절대 늑대로 변하지 않는 주문을 가르쳐주며 등교시킨다. 우려와 달리 유키는 타고난 적극성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해간다. 학교 생활 속에서 유키는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다. 보통 여자애들은 얌전하고 아기자기하며 원피스와 액세서리를 좋아했다. 늑대의 본성을 가진 자신처럼 파충류와 뱀을 좋아하거나 맨발로 뛰어다니며 놀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자신의 취향에 창피함을 느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며 유키는 인간 여자아이로서의 자신을 찾아간다.

 

 

소극적이고 매사 에너지가 없는 아메도 일년 후 학교에 입학을 하지만, 아들은 누나처럼 인간 사회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늘 그들을 겉돌며 말 없이 지낸다. 학교에서 상급생에게 맞을라치면 누나가 보호해주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아메는 점점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대신 집 뒤에 있는 산속을 누비며 시간을 보낸다. 아메는 늑대로서의 정체성을 가졌던 것이다. 유키와 아메는 서로에게 자신의 길을 강요한다. 유키는 동생에게 학교에 나와 제대로 된 인간이 되자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사람이 되자고 한다. 아메는 누나에게 왜 학교에 가냐고, 산 속에야말로 진짜 배울 것들이 많다고, 자신이 배우고 있는 늑대 선생에게 진짜 야생 늑대로서의 삶을 배우자고 강요한다. 하나는 두 아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안 살람이 난장판이 되며 피터지도록 싸우는 두 늑대 남매의 싸움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다.

 

 

결국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두 남매의 인생 방향은 결정된다. 아메는 자신의 늑대 선생이 곧 죽을 것인데 그 뒤를 이을 늑대는 자신 밖에 없다며 산 속으로 떠난다. 태풍 때문에 차가 끊겨 유키를 데리러 가야 하는 하나는 아들을 찾아 산 속으로 들어가고, 덕분에 좋아하던 남자아이와 단 둘이 학교에 남게 된 유키는 옛날 그 남자아이의 귀를 때려 피가 나게 했던 늑대가 사실 자신이며 자신이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최초로 마음을 여는 순간이었다. 남자아이는 쿨하게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한편, 산 속에서 조난 당한 하나를 산 밑에다 내려주고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아메에게 하나는 드디어 늑대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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