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Outside/★미국America_NewYork

그라운드 제로 Ground Zero

gowooni1 2012. 7. 15. 18:22

 

 

 

2001년 9월 초순과 중순 즈음을 넘어가던 어느 밤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근처 슈퍼로 과자랑 음료수를 사러 갔다.

슈퍼 안에는 여러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그 너머로는 중간 사이즈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일제히 텔레비전을 아무 말 없이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침도 삼키지 않은채 집중한 사람들처럼 보였으므로

그들을 사로잡은 영화 혹은 드라마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건 조금은 당연한 거였다.

무심코 쳐다본 화면에는 파란 하늘에 높다란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옆으로 비행기가 한 대 머리를 박고 꽂혀 있었는데

비행기가 들이박은 곳에서는 연기가 폴폴 나고 있었다.

용케도 저런 실물같은 화면을 연출했네, 21세기는 참으로 훌륭해,

하지만 나는 배가 너무 고팠고 영화는 스토리의 전개부분을 전혀 몰랐고

굳이 영화를 지켜볼 이유는 내게 없었고 그보다 배를 채우는 일이 우선이었고 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있던 만두에게 주어진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지체할 것도 없이 집으로 돌아 맛있게 야식을 먹고 배불리 잠이 들었다.

만두를 너무 많이 먹었던 탓인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아침에 일어났을 떄

내가 지켜보았던 그 장면이 영화가 아니라 앞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사건이었음을

엠비씨 아침종합뉴스를 보면서 알았고 그제야 경악했다.

아마 그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던 자들에게 처음으로

슬픔 혹은 분노 혹은 증오 따위의 온갖 부정적 느낌들을 심어주었던 사건이었을테지.

덕분에 미국은 비자를 받기가 더욱 까다로운 나라가 되어버렸고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이 모이는 곳에는 경찰이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는 나라가 되어버렸고

유명한 관광지라면 테러대비 스캔 장비가 동원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고나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다시

뉴욕시의 가장 높은 건물의 명성을 되찾았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는 데에만 몇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 지점은 그라운드 제로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