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체험만을 이야기하는 데에도 버거워 픽션을 쓸 시간이 없다는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는 평소처럼 남자와의 만남과 이별 단계를 밟은 후 자기 치유의 한 방편으로 쓴 경험담이 아니다. 만약, '이번에는 또 어떤 남자와의 러브 스토리 혹은 불륜인데',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들었다면 실망. 이번에는 자신의 남자가 아니라 엄마의 남자 즉,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열심히 일해서 노동자 계급에서 소상인 계급으로 신분상승을 한 아버지는 자신의 첫째 딸만이라도 하늘같은 지식인 계급에서 잘 나가길 바라면서도 자신의 열등감을 끝내 감추지 못하고 살아간 평범한 가장이었다. 자신의 출신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정직한 폭로에 증발하는 작가에 대한 신비감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게 바로 아니 에르노이니 하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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