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은교

gowooni1 2012. 7. 11. 22:27

 

 

 

일흔을 바라보는 천재 시인 이적요는 일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마치 시에 온 열정을 바친 일종의 순교자와 같은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의 천재성에 반한 서지우는 이혼 후 본격적으로 시인의 제자로서 뒷바라지를 하며 아버지와 아들같은, 그보다 더 끈끈한 영혼의 동반자적 관계를 이뤄왔다. 서지우의 착하고 한결같음에 측은하다가도 재능없음과 멍청함에 혀를 내두르는 이적요는 결국 자신의 제자에게 소설을 주고 제자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내라고 한다. 뜻밖에도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서지우는 급작스럽게 유명작가가 되어버려 둘의 관계는 미묘해진다. 그 사이에 들어선 열일곱살 소녀 은교는 그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데 이 어린 소녀가 바로 이적요와 서지우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팜므 파탈. 은교는 서지우와 원조교제하는 사이지만 그걸 까마득히 모르는 시인은 은교의 순진무구함에 반하고 욕정을 느낀다. 언제든 그녀를 든든히 지켜줄 것 같은 할아버지의 믿음직한 이미지로 은교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그런 은교도 거리낌없이 이적요를 따른다. 서지우는 선생의 눈빛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욕정의 불꽃을 발견하고 동시에 은교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만큼 순진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시인과 제자, 시인과 소녀, 제자와 소녀는 각각 복합적 감정을 만들어가고 결국 시인은 은교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하필 그날 소녀가 제자와 하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시인은 제자를 응징하고자 제자의 바퀴에 펑크를 낸 다음 자신의 오래된 차를 조작해 조금만 운전해도 사고사 하도록 조작한다. 제자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고 시인도 스스로 천천히 목숨을 끊는다. 멍청하기만 한 줄 알았던 제자는 스승이 자신의 죽음길을 정해주자 그냥 그렇게 울면서 세상을 떠났고, 자신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깊었던 줄 몰랐던 은교는 울면서 시인의 노트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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