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을 하다 낙마한 날 저녁 성원대군(김동욱)은 판서집에서 술을 마시다 화연(조여정)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연은 판서 집에서 아들처럼 키우고 있는 권유(김민준)와 특별한 관계처럼 보인다. 화연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판서 집에 들락거리지만 대비인 친모한테 꾸지람만 듣고 화연을 좋아한다는 마음까지 들켜버린다. 아들의 마음이 더 커져버리면 곤란하므로, 대비는 후사가 없는 금상에게 두번째 중전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자신이 비록 계비이긴 하나 최선을 다해 중전을 간택하겠다고 선언한다. 화연의 단자가 궁에 들어가고, 성원대군은 더 이상 자신의 여인이 될 가망이 없는 화연때문에 가슴이 무너지고, 아직까지는 사랑밖에 모르는 화연은 권유와 함께 야반도주하여 불안하지만 행복한 밤을 보낸다.
야반도주 다음날 밤 사랑의 도피행각은 처참히 막을 내린다. 권유를 죽이려드는 아버지를 달래 화연은 궁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하지만 분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는 권유의 남근을 없애버린다. 차라리 죽일것이지 남자노릇도 하지 못하게 만든 화연의 아버지나, 자기만 살겠다고 궁으로 쏙 들어가서 중전이 되어버린 화연이나 권유에겐 분노와 복수의 대상으로 변해버렸다.
오년의 시간이 지나고 늘 비실비실하던 금상은 그만 세상을 떠버리고 만다. 자신의 친아들 성원대군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대비의 오랜 계략이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아들을 앞세운 대비의 섭정은 곧 화연과 그의 아들의 목숨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죽은 왕의 이복동생인 성원대군보다 명분상으로는 화연의 아들이 첫번째 왕위 계승자가 되어야 마땅한데, 막강한 대비의 권력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화연은 자기와 아들 목숨만 부지하는데에도 벅찰 지경이다.
한편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억지로 왕이 된 성원대군은 갑자기 변해버린 모든 상황들에 미쳐버릴 지경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할 밤일도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실루엣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애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여자와 애무의 조언까지 받으며 치러야하고, 조정의 용상에 꼭두각시처럼 앉아 대비의 말과 신하들의 말이 오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차지한 단 한 사람 화연을 만나는 것조차 어렵다. 만나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데 그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오히려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 뿐이고 이런 자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비마저 미래 화의 싹을 자른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그들 모자를 죽이려고 하고 있으니 왕이란 역할을 할 뿐인 무능한 자신과 주변 상황에 진절머리가 난다.
화연은 대비가 금상을 약으로 죽인 증거를 찾아내어 어떻게든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을 벗어나보고 싶다. 허나 입지가 워낙에 부족한터라 어림도 없다. 궁에는 전부 대비의 사람들 천지고 자기 사람들은 숙청이란 거사의 이름으로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져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궁 내시로 들어온 권유를 만나게 되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소연하지만 이미 화연에 대한 증오심밖에 남지 않은 권유는 듣는 체도 안한다. 아버지 좀 살려달라고 성원대군과 권유에게 간절히 부탁하지만 결국 처형당해 장안에 아버지 목이 걸려있다는 소리를 듣고 화연은 대성통곡을 하고, 이제 궁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은 자신뿐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이때부터 화연의 복수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아무리 중전과 거사를 치르고 후궁들과 원나잇을 해도 화연에 대한 마음을 붙잡을 수 없는 성원대군은 그녀를 추궁한다. 과거의 기억을 살려보니 지금 자기가 곁에 두고 있는 내시는 바로 그 옛날 화연과 정을 통하던 권유였던 것이다. 달을 채우지 못하고 낳은 아이의 아비가 누구인지 늘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겠다며 고상한 척 그만하라고 화연에게 외치고 왕은 직접 권유의 바지춤을 거칠게 끌러 내린다. 이는 모두에게 충격적이다. 선왕에 대한 화연의 정절을 의심한 성원대군에게나, 권유가 고자가 되어버린 줄 몰랐던 화연에게나, 화연이 데리고 있는 아들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권유에게나. 이 사건으로 판도는 급격하게 바뀐다.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져 화연에 대한 성원대군의 마음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증오밖에 남지 않은 권유는 다시 화연의 누구보다 충실한 심복으로 변모한다. 억지로 화연을 안으려는 왕에게 그녀는 '진짜 왕이 되면 그때 오라'고 말한다.
[후궁]이란 제목은 마케팅 술수적으로 비교적 저속하게 선택된 단어다. 별로 영화와 연관성이 없다. 화연은 엄연히 중전인데, 그렇다고 해서 제목이 [중전]이 되어버리면 너무나 건전한 나머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으니까, 좀 선정적이고 야한 [후궁]이 제목으로 채택됐다. 마지막에 화연이 왕에게 마음을 허락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선왕의 중전인 그녀가 금상의 후궁이 되기에도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여기에 등장하는 후궁들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니 [후궁]은 20퍼센트 정도 연관성이 있다 해도 많이 봐준거다. 정사 씬이 제법 많지만 야하다기보다 서글픈 느낌을 주는 것도 주목해 볼만하다. 마음만 먹으면 야하게 연출시킬수도 있는 장면을 일상적으로 처리한 건 어쩌면 본능적 욕망에 휘둘려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이라는 것이 일상을 지나쳐 서글픔과 뒤틀림을 낳는 근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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