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냉정과 열정사이 冷静と情熱のあいだ;Calmi Cuori Appassionati

gowooni1 2012. 2. 28. 22:14

 

 

영화는 10년의 시간을 흐른다. 스무살 초반의 쥰세이와 아오이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냉정과 열정사이의 시작. 마치 태어나자마자 떨어져있던 오누이가 재회를 한 듯 두 사람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채 서로를 알아가고, 너무나 사랑하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약속을 한다. 세상 모든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 두오모에서 10년 후 만나자고. 마치 스쳐지나가듯 한 약속이었지만 이 약속은 서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10년 전 책을 읽은 덕분에 기억이 가물한데, 영화 속 이별 사유와 원작의 이별 사유가 살짝 다르다.

 

 

스크린의 시작은 쥰세이의 일상을 비추며부터다. 옛 명화를 복구하는 직업을 택한 쥰세이는 이탈리아로 유학와 유명한 복화사 아래서 수련을 한다. 일본문학을 석사까지 마친 쥰세이는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한 셈이지만 유명한 화가 세이지 아가타를 할아버지로 둔 그에게 있어 전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주인공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옛 것을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조금 골치아프긴 하지만 매미라는 귀여운 애인도 일상에 허용하며 이탈리아에 머문다.

 

 

그러던 어느 날 밀라노 와인 파티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 얼핏 보아도 아오이의 삶은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어보였다. 와인 회사 밀라노 지점장이라는 부유하고 잘 생긴 애인과 함께 지내고 있는 그녀의 삶이, 자신과 함께 했던 일본에서의 시간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였다. 쥰세이는 자신이 상처주었던 과거의 시간이 이미 그녀에게 있어선 상처로 남을수조차 없었던 것 같아 슬프고 씁쓸하고 허망하다. 그런 마음을 안고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갔을 때, 복원 중이었던 그림이 갈가리 찢긴 채 경찰에 둘러싸여 있었다. 표현할 길 없는 상실감에 딱히 할 일도 없던 쥰세이는 일본으로 귀국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쥰세이에게 아무리 헌신적이고 귀여운 매미가 있어도, 아오이에게 최고의 남자 마빈이 있어도 결국 두 사람이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서로일 뿐이고, 서로 함께 공유했던 시간일 뿐이고, 10년 전 해두었던 피렌체에서의 약속 뿐이다. 어쩌면, 두 사람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약속한 그 날짜에 서로를 만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작에서보다 조금 더 쌀쌀맞은 마빈은, 아오이에게 침대 맡 상자에 넣어둔 편지를 왜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해두냐고 몰아부치고,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거면 서로 시간을 갖는 편이 옳다고 말한다.

 

 

약속의 날이 다가왔을 때, 쥰세이는 다시 이탈리아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어째서 아오이를 그렇게 잊지 못하냐는 매미의 울부짖음에 쥰세이는 가장 잔인한 말로 상냥함을 베푼다. 아오이만을 사랑하니까 그럴수밖에 없다고. 일방통행이었던 매미의 마음에는 진실만이 최고의 상냥함이었고, 그녀는 결국 쥰세이를 포기한다. 약속의 그날, 그러니까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 날, 쥰세이는 피렌체의 두오모에 아침부터 올라 그녀를 기다린다. 석양이 두오모를 노을빛으로 색입힐 무렵 아오이는 쥰세이의 앞에 서고, 그렇게 둘은 재회를 한다.

 

 

원작과 다른 점은, 불행과는 약간 거리가 먼 아오이의 유년기가 영화에서는 상당히 헛점있게 나오는데, 아마 그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쥰세이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나름 영화적 장치인 모양이다. 일본인치고 너무나 유창한 영어발음과 그에 비해 똑부러지는 맛이 떨어지는 일본어 때문에 여주인공의 국적이 절로 궁금해지는데 진혜림이란 이름에 한국인인가 착각도 했지만 그녀의 정체는 중국인이다.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타케노우치 유타카의 매력은 스크린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환한 미소에서 최고조에 이르고 이 덕분에 모호하게 끝날 수도 있던 둘 사이의 관계에 조금은 긍정적 암시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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