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

gowooni1 2011. 12. 25. 22:28

 

 

잔잔한 바람과 고요한 정적이 어울리는 시골마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하며 새 계절을 알리고, 중학생답지 않게 밝고 싹싹한 소녀 아스나의 일상이 카메라에 비추며 영화는 시작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간호사인 어머니와 낡은 집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아스나는 가정환경 탓에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못 하는 게 없는 살림꾼. 밝지만 고독한 소녀의 일상을 채워주는 건 뒷 산에 있는 그녀만의 아지트와 아버지의 유품인 광석이다. 아스나는 광석으로 주파수를 맞추고 이 세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위안삼아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지트로 향하던 아스나 앞에 괴물이 나타나 습격을 한다. 토토로 같은 분위기의 따뜻한 분위기 영환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관객의 배신감에 아랑곳없이 괴물은 흉측하게 생겼고 생긴것만큼 잔인하기 그지없다. 그런 아스나를 구해준 건 슌이라는 제법 하울 분위기가 나는 소년. 슌은 아스나를 구하고 괴물과 싸우다가 팔에 중상을 입지만 어찌어찌 괴물을 퇴치하고 아스나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이제 이 산에 오지 않는 편이 좋을거라는, 꼭 다시 오게 만드는 대사를 남기고 슌은 산으로 사라진다.

 

 

자신의 아지트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며 굳이 고집을 부려 나타나는 아스나에게 슌은 알듯 모를듯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느닷없이 축복을 준다며 아스나의 이마에 뽀뽀를 한다. 순진한 소녀 아스나는 당황하여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산하고, 슌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영문도 모르고 다음날 아지트에 올라 하루종일 슌을 기다리지만 당연히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스나에게 믿기 힘든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벽 아래 계곡에서 아스나의 스카프를 팔에 두른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 슌이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며 자신을 구해줬으니 떨어져 죽었다는 말을 쉬이 믿지 못하는 아스나는 충격을 애써 증거불충분으로 돌리고 외면해버린다.

 

 

향수 어린 영화인가 했다가 괴물이 등장하더니 이젠 전투기가 등장하며 고요하던 시골 뒷산에 폭격을 가하며 장르의 혼란을 예고한다. 슌이 지상으로 나오면서 가져왔던 크라비스를 회수하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슌의 동생 신이 지상으로 나오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하 세계 아가르타로 들어가기 위한 조직 아크엔젤이 신을 뒤쫓아 공격한 것이다. 또 역시 어찌어찌하다가 아스나는 신과 모리사키와 함께 아가르타로 들어가게 된다. 모리사키는 애초에 전설의 세상 아가르타의 힘을 발판으로 세상의 패권을 좌우하려는 조직의 목적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아가르타로 들어가려고 한 이유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생사의 문으로 가기 위한 것. 그는 그곳으로 가서 자신의 약혼녀 리사를 되살리겠다는 맹목적인 이유 하나만 가지고 있다.

 

 

터무니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라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는데, 하는 심리로 관객의 몰입도를 유도하며 이제 장소는 아가르타로 바뀌어 모험이 전개된다. 모리사키와 달리 별 목적없이 모험을 시작한 아스나의 존재도 역시 쟤가 대체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데,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아가르타는 인간이 살기에 상당히 불편한 곳이다. 어두워지면 이족이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고, 아가르타인들은 지상인들을 불길하다며 추방하거나 죽이려 든다. 하는 수 없이 아스나는 생사의 문을 향한 모리사키의 여정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생사의 문으로 들어가기 직전 거대한 절벽 피니시테라에서 겁을 먹은 아스나는 아버지의 유품이었던 광석, 크라비스 조각을 모리사키에게 넘기고 자신은 절벽 위에 남는다.

 

 

애초에 어째서나 왜라는 질문이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관객은 그저 가만히 입 다물고 그들의 행적을 쫓아가면 된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뒤섞여 있어 아가르타 아닌 지상세계의 시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다.(리사와 모리사키의 이야기가 마치 세계대전 정도가 배경인 걸로 보면 50년대 직후인가 싶지만 모를 일이다) 이유가 통하지 않는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인간적인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서사 중심의 이야기라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두라고 말해줘야겠다. 참, 마지막에 모리사키가 리사를 부활시키는데 성공하느냐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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