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마당을 나온 암탉

gowooni1 2011. 8. 22. 22:59

 

 

영혼이 있는 잎삭은 마당을 그리워하는 특이한 암탉이다. 병아리적 하늘을 보면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었던 마당을, 양계장 안에서도 늘 꿈꾸고 있다. 먹이를 주면 열심히 먹고 신호가 오면 알을 낳는 그런 양계장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머리를 쓴 게 바로 모이를 먹지 않는 것. 먹지 않고 죽은 척 하다가 닭장 밖으로 빠져나오면 꿈에도 그리던 마당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그러다 정말 기절을 하고 말았는데 죽은 줄로 안 닭들이 가는 곳은 양계장 뒷산에 동물의 사체를 묻어놓는 구덩이였다.

 

 

단지 기절을 했을 뿐인 잎삭은 다시 깨어날 수는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는 건 산 동물만 즐겨 먹는 족제비의 매서운 공격이었다. 가뜩이나 먹은 게 없어서 힘도 없는데 펄펄 나는 야생 동물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런 잎삭을 도와준 건 늠름한 야생의 청둥오리 나그네. 나그네는 잎삭에게 양계장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지만 이미 잎삭은 양계장으로도 마당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잎삭은 결국 나그네처럼 야생의 생활을 시작한다.

 

 

애초에 닭이 야생에 생존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다른 동물들은 잎삭을 약간 맛이 간 암탉으로 취급했고 그런 잎삭을 감싸준 건 수달과 청둥오리 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멋진 청둥오리에겐 이미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가 있었고 둘은 같은 둥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이였다. 잎삭은 자신도 언젠가 멋진 사랑을 해서 알을 낳고 그 알을 직접 품어 새끼를 키우는 꿈을 남몰래 가슴에 안고 있었지만, 미래란 예측불허한 법. 나그네의 그녀는 족제비한테 잡아먹히고 둘 사이에 나온 알은 잎삭이 품게 되며, 그런 잎삭을 보호하기 위해 나그네 역시 족제비와 싸우다 잡혀먹히는 신세가 된다.

 

 

이제 세상에 남은 것은 막 깨어난 청둥오리 새끼 초록이와 잎삭 뿐. 잎삭은 생전 나그네가 한 말을 기억하면서 산넘고 물건너에 있는 늪으로 간다. 늘 족제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던 찔레덤불과 달리 늪은 평화롭고 아늑한 환상의 서식지였다. 그곳에서 잎삭은 초록이를 키우면서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비록 자신의 아이는 아니지만 직접 자기가 품어 깨운 오리였고 그때부터 주욱 키운 새끼였다. 초록은 잎삭을 엄마로 알고 따랐고 잎삭도 자신이 초록의 엄마임을 자부했다.

 

 

시간이 지나 초록이에게 정체성이 생기면서 자신과 다른 엄마의 모습에 회의를 품는다. 왜 자신의 엄마는 자기처럼 헤엄을 치지도 못하고 잠수를 할 수도 없는지, 왜 발에는 물갈퀴가 없고 항상 물가에서 서성이는지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엄마와 도무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초록이는 청둥오리의 날고자하는 본성이 발휘되어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죽을 지경인데 엄마라고 하는 잎삭은 날기는 커녕 수영도 못하니 자신의 답답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초록은 점점 잎삭을 멀리하고 밖으로 나다니며 방황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은 마당에 도달해 사람들에게 잡히고 막 날개가 잘리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잎삭은 전력을 다해 초록을 구해낸다. 잎삭은 너무나 화가 났지만 초록이의 무사에 안도를 하고 둘은 일시적으로 사이가 좋아진다. 초록은 드디어 나는 법을 터득했고 자신의 본성에 점차 다가간다. 그러는 와중 겨울이 오고 초록이가 늘 애태우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줄 사건이 터진다. 드디어 자신의 동료들이 계절을 타 대거 늪으로 날아온 것이다. 잎삭은 이제 자식을 보내주어야 할 때임을 느끼고 아들에게 친구들한테로 가보라고 말한다.

 

 

사실 청둥오리 무리에서도 가장 늠름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용감했던 나그네의 아들인 초록이는 숨은 재질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무리들의 텃새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그들 사이임을, 그것도 단순히 무리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늠름한 파수꾼으로서 선두의 자리여야 함을 느낀다. 잔잔했던 스토리에 드디어 긴박감으로 넘치는 액션 장면이 나온다. 바로 청둥오리 파수꾼 선발 대회. 여러가지 위기 상황에서도 초록이는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빨강머리와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을 한다. 승부를 지켜보고 있던 잎삭은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보람을 느끼며 역시 초록이는 나그네의 아들이라 생각한다.

 

 

이제 초록이는 파수꾼으로서 철새의 본능을 따라 다른 곳으로 북쪽으로 이동을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엄마와 작별인사를 나누러 온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은 족제비는 끝까지 절대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어 젖이 나오지 않은 족제비는 자기가 먹이를 구하지 않으면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새끼들도 죽어버릴 거라는 나름의 위기감을 가지고 있고 잎삭도 족제비에게 잡힌 소중한 초록이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잎삭과 족제비는 서로의 새끼를 풀어주자고 딜을 하고 일단 초록이 무사히 오리들의 파수꾼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평화를 장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잎삭은 더 이상 살아야 할 의지를 느끼지 못한다. 양계장에서만 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세상을 충분이 맛본 데다가 늙었고 초록이까지 곁을 떠났다. 초록이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잎삭은 족제비에게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주어 족제비 새끼들을 위한 젖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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