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머니볼

gowooni1 2011. 11. 23. 23:30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큰일이 생겼다. 가난해서 유능한 선수 영입은 꿈도 못꾸는데다 안그래도 성적이 부진해 죽을상인데 그나마 인지도 있던 톱스타 세 명을 다른 구단에 빼앗기고 만 것이다. 애슬레틱스를 먹여살리던 선수 세명을 대신할 사람을 선발하기는 해야 하고, 그만큼 인지도가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예산이 없고, 애슬레틱스 구단 운영진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지만 선뜻 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가난한 구단의 비애를 느끼면서도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라고는 현재 가지고 있는 예산 한도 내에서 가장 스타성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구단장 빌리는 이런 영입 방식에 회의를 느낀다. 선수의 스타성이나 인지도 따위는 애초에 거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선수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빌리가 올인한 가치는 출루율. 일단 선수가 1루에 나가고 보아야 점수가 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기대는 선수를 스타로 만들고 구단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애슬레틱스에 그런 홍보대사는 사치였다. 진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알짜배기 선수, 사람들의 기대를 받지는 못하고 있으나 정말 실력이 있는 선수였다.

 

 

빌리는 책사 피터를 영입해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비롯한 숫자 통계치를 종합하여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선수를 발굴하기 시작한다. 빌리와 피터의 방식에 옛 방식을 고수하는 운영진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친다. 야구는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며 그깟 숫자 놀음으로 구단의 성적을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물 다섯 살의 피터가 예일대 경제학과를 나온 엘리트일지는 모르지만 운영진들에게는 삼십 년에 가까운 경험이라는 말로 표현 못할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스카웃 방식으로 애슬레틱스의 새 선수를 선발했다가는 그렇잖아도 말아먹는 구단 성적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등등. 그러나 빌리는 그런 모든 반발에 아랑곳않고 새로운 방식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빌리야말로 그런 경험치만 믿는 자들에게 희생당한 산 증인이었으며 사람들의 기대나 스카웃되는 연봉이 선수의 진정한 가치를 말해주는 표지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낀 자였던 것이다.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과 함께 시즌이 시작된다. 하지만 팀 운영진 내 핵심 멤버들과의 골 깊은 갈등도 빌리가 넘어야 할 숙제였다. 자신의 생각대로 선수를 영입하면 통계치에 기반한 새로운 플레이가 나올 줄 알았는데 기존 멤버를 주로 타석에 내보내는 감독의 방식이나, 새 선수들의 가능성을 믿지않고 전연 지도를 할 생각도 없는 코치나, 전반적인 구단 운영 방식에 염증을 느끼는 부구단장이나 모두 빌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빌리도 빌리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빌리는 자신이 경기를 보면 반드시 지고 만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또 선수들과 친해질 시도도 하지 않는다. 빌리의 태도를 지켜본 피터가 그 이유를 묻지만, 자신은 언제든 선수를 구단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쓸데없는 우정을 쌓고 싶지 않다는 대답만 얻을 뿐이었다.

 

 

이런 모든 문제들과 더불어 도입한 파격적인 운영 시스템은 애슬레틱스에게 사상 최악의 결과를 연일 가져온다. 애슬레틱스는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이 연속 패배 행진 중이었고 사람들은 언제 빌리가 해고될지를 내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기서 고분고분 패배를 인정할 빌리가 아니었다. 승리의 달콤함은 한순간이지만 패배의 쓴 맛은 영원하다는 것을 빌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패배자로 남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빌리는 자신의 고지식한 태도를 버리고 선수들에게 다가가 직접 코치를 하고 정신 지도를 하기 시작한다. 패배를 하고도 패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선수들에게, 패배는 기분 나쁜 것이며 애슬레틱스는 오직 승리를 위해 구성된 구단임을 각인 시킨다. 선수들 하나하나에게 개별적으로 다가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일깨워준다.

 

 

이제 애슬레틱스는 미국 야구 역사를 새로 쓰는 행진에 박차를 가한다. 꼴찌를 달리고 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팀은 미국 역사 사상 최초로 20연승을 이룩하는 쾌거를 남긴다. 한때 프린스턴 전액 장학금을 마다하고 사상 최연소 최고 연봉으로 스카웃 되었지만 성적 부진으로 퇴출당하고 말았던 빌리는 이제 미국 야구의 새 지표를 만들어 낸 혁신적인 방식의 떠오르는 구단장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강렬히 남았다. 그러나 흥하는 것은 언젠가 망하게 되어 있는 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애슬레틱스는 여지없이 참패하고 빌리는 다시 또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이런 빌리를 눈여겨 본 자가 있으니, 뉴욕 양키즈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가 바로 그였다. 그는 빌리를 보스턴 홈 구장에 초청을 한다. 그가 빌리를 보자고 한 이유는 너무 짐작하기 쉬워 싱거울 정도지만 그가 제시한 빌리의 연봉은 결코 싱겁지 않다.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는 빌리에게 사상 최고의 연봉액을 내걸고 빌리를 출세대로의 구단장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가 빚어낸 몸값에 자신을 한 번 판 적이 있는 빌리는 다시는 돈에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고 여전히 가난한 애슬레틱스 구단장으로 남기로 결정한다. 빌리는 지금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플레이오프 승리를 위해 달리고 있다는 자막으로 머니볼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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