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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gowooni1 2011. 11. 30. 00:18

 

 

 

소설을 읽기 위해서 따로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역설이다. 소설은 읽는 방법을 공부하고 읽는다기보다 감정을 느끼고 즐기기 위해 읽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소설 읽는 방법을 소설가가 썼다고 하면, 이는 분명 독자로서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기보다 작가로서 읽는 방법을 제시할 것임이 분명하다. 만약 소설 읽는 방법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소설 읽기를 즐기고 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어쨌든 소설 읽는 방법을 읽기로 결정하고 책을 손에 들었다면 몇 페이지 안 넘겨 흥미를 느끼게 된다. 소설을 만드는 작가의 입장에서 소설을 분석한데다가 소설을 만들기 전 엄청난 소설을 읽어댄 숙련된 독자로서 일반 독자들이 소설에 기대하는 것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소설 읽는 방법에서 순수 문학을 하는 사람답지 않게 대중적인 시각을 가지고 날카롭게 소설을 해부한다. 사람들이 어떤 소설을 재미있다고 느끼는지, 속도감이라는 게 언제 잘 나타나는지, 순수 문학과 통속 문학의 차이가 무엇인지, 장르 문학이라는 것을 왜 굳이 나누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소설을 재미있게,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에 접근한 사람들의 구미에 맞다.

 

소설을 깊이 읽기 위해 4가지로 분류한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 식 소설 읽는 방법이다. 먼저 구조 생각하기. 작가가 이야기를 짜기 위해 설정한 구조를 파악하고 읽는 것이다. 플롯을 분석하며 읽는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좋은데, 사건이 일어난 시간 순서상 받아들이면 별 긴장감 없을 이야기를 구조를 색다르게 배치하여 새로운 재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이야기를 짜는 사람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작가가 구성한 이야기의 플롯을 파악하는 것은 숙련된 독자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가 구조라는 말을 매커니즘이라는 말을 써서 표현을 하긴 했다만, 그 매커니즘이 내가 해석한 구조, 플롯인지는 잘 모르겠고 만약 맞다고 해도 매커니즘과 구조가 어떻게 상징적으로 매치되는지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 자기식 해석이 기반되었지만 별 수 없다.

 

두번째 발달. 작가마다 각각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있고 테마에 접근하는 방향성이 있다. 발달은 작가가 자신이 추구하는 주제에 어떤 식으로 조금씩 접근하느냐, 이번 작품에서는 그가 관심있어하는 주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되었느냐, 어느 시기에 발표한 작품은 이런식으로 주제에 접근했는데 최근에 발표한 작품엔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느냐 등등을 살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에 비례한 작품의 발달 정도를 눈여겨 보면 작품을 읽을 때 즐거울 것이다. 일회성 재미가 아니라 작품을 접한 독자가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발전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세번째 기능은, 작품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장르를 구분하는 것도 기능에 포함된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옳은 것인지는 판단이 안 서지만, 추리소설을 읽고 싶은데 알고보니 로맨스만 잔뜩 있는 소설이라던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진실성 높은 사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순전히 허구로만 잔뜩 엮인 말도 안되는 공상소설이라던가 하면 소설이라는 작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기당한 느낌이 들 수도 있으므로 완전 무시할 수만도 없다. 네번째 진화는 소설이 그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 소설이 나오기 전에 여기에 영향을 미친 소설이 무엇이고, 이 소설로 인해 앞으로 어떤 작품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네 번째 입장은 문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에게 훨씬 흥미로울 것 같은 방법이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한 소설의 속도감에 관한 언급도 인상 깊은데, 그는 소설이 속도감 있다는 말은 즉 플롯 진행형 술어가 많다고 말했다. 술어를 크게 두가지로 분류해서 주어 충전형 술어와 플롯 진행형 술어로 보고, 주어 충전형은 주어의 상태를 기술하는 반면 플롯 진행형은 주어의 행동이나 주변 상황의 변화를 기술한다고 정의했다. 이야기의 속도감이 있다는 말은 주어의 행동으로 이야기의 대부분이 진행된다는 뜻인데, 너무 플롯 진행형 술어만 있으면 인물을 깊이 분석하는 힘이 없어져 이야기 자체가 가벼워 질 수 있으니 두 술어의 적절한 배합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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