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유혹의 달인

gowooni1 2012. 3. 5. 23:21

 

 

 

 

헌팅을 받다보면 그래도 제법 진심이 느껴지는 헌팅과 작업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헌팅이 구분되는데, 후자일 경우에는 불쾌하기 그지없다. 진심보다 전리품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치들의 눈에 띄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물론 구분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 한 남자가 스마트폰 문자창에 쓴 미사여구 화려한 헌팅멘트를 들이댔을 때, 그 멘트와 방법이 제법 참신하여 작업임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혹 진심이 섞인 건 아닐까 의아했었다. 아침 출근 길만 아니었으면 전화번호를 알려줬을지도 모른다.

 

유혹의 달인을 보면 새로운 인간종들이 나와 지금껏 받아 온 헌팅의 수작에 대해 샅샅이 알려준다. 21세기 들어 한국 사회에도 픽업아티스트라는 직업군이 등장했다. 여자를 헌팅하는 것, 제법 그럴싸한 고유명사로 포장한 그들이지만 실체는 전문 작업남, 헌팅남이다. 남자는 여자만큼 외모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니 연애 기술을 갈고 닦아 지나가는 예쁜 여자 잘 좀 꼬드겨 보자는 직업. 그들의 궁극적 목적은 각기 다르겠으나 대체적으로 그렇게 꼬신 여자를 어떻게든 침실로 데려가는 것이다. 참신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 멘트 헌팅도 여기서 보니 작업 기술의 하나였다. 자칫하면 감동도 할 수 있었는데, 속을 뻔했다.

 

픽업 아티스트들의 기술을 보고 있자면 저급해서 웃음이 나온다. 저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저급한 유혹에 속아 넘어갈 여자들이 있을까 싶다가도 가만 생각해보면 그게 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일종의 직업군까지 형성된 것이 아닌가 슬그머니 걱정이 든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그들의 저급한 유혹에 넘어가 질보다 양으로 공적을 올리는 남자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오히려 이 책을 읽어야 겠다.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전수하기 위한 책이니 겨냥한 독자는 남성들이겠으나, 오히려 연애나 사랑에 경험부족인 여자들이 더 읽어야 하겠다.

 

픽업아티스트들이 남자들에게 전수하는 헌팅의 달인이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실전연습이다. 1년에 1000명의 여자와 대화를 하란다. 주말마다 픽업 연습을 하러 나가고, 한 번 필드에 뛰면 몇 십명의 여자에게 말을 걸 것인지 목표치를 정하고, 주눅들지 않기 위해 거절 횟수 채우는 걸 목표로 잡는 것도 괜찮다고 코치하면서 헌팅 실전을 꼬드긴다. 이건 마치,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지하철에서 싸구려 칫솔이나 스타킹을 판매해보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싸구려 칫솔이나 스타킹을 구입한 고객들은 운 나쁘게 불량을 샀어도 교환 환불의 소비자 기본 권리를 챙길 수 없겠지만, 그런 고객들의 기본 권리보다 자기들의 이익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게 그들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싸구려 자신감으로 대체 얼마나 좋은 판매자가 될 수 있을 지, 얼마나 멋진 여인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목표가 질보다 양이었으니 싸구려 여인이어도 픽업아티스트들에겐 전리품이 될 것이다. 애초에 영원한 사랑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낚는 것이 목표다. 만약 처음에 호감을 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배울 점은 분명 있다. 마음 가는 사람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쓰고, 상대에 따라 대화의 코드를 맞추려고 노력을 하고, 처음하는 데이트에서도 어색하지 않을 대화를 이끌기 위해 어느 정도 풍부한 화제를 갖추는 것은 분명 남자와 여자 사이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사귀면서 필요한 기본적 자세이다. 그러나 짧은 헌팅만 무수히 하는 것에서 끝을 낼지, 처음의 호감을 발판으로 더 깊은 사이로 발전시킬 것인지는 개인의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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