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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gowooni1 2011. 10. 21. 23:30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바빠 지적생활에 대한 고찰이 없거나 갈망이 사라졌다면 정신적인 위기에 봉착할 확률이 높다. 지적생활은 꼭 학생이나 학자만이 전유해야 할 방식이라고 하기엔 그 가치가 너무 아깝다. 육체적인 기본 욕구가 만족되었다면 거기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노려야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더 키울텐데 지적 생활과 거리가 먼 현대인들이 너무 많은 건 아쉽고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전보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기계들이 훨씬 많아졌으니 말이다.

 

시간은 돈이 아니다. 돈은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보다 크고 깊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 풍족한 삶을 누리기 위해 돈은 어쩌니 저쩌니 해도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게 가끔 목적전도를 일으켜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긴 하지만 말이다. 풍요롭고 충실하고 지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려면 늘 자신의 깊은 뜻을 되새기고 무엇이 먼저인지 우선순위를 염두에 두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것이다.

 

돈이 더 풍요로운 지적생활의 기반이 된다는 전제 하에, 지적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과 장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간과 장서는 얼핏 보기엔 눈으로 보이는 외적조건처럼 생각되므로 의아할 수 있다. 더욱 고차원적인 지적생활을 하기 위해 더욱 드넓고 독립된 공간과 그 공간들을 메울수 있는 직접 사들인 장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니, 과연 그런 공간과 장서를 장만하려면 돈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보통 돈이 아니라 상당한.

 

이러한 주장에서 저자는 검소니 뭐니 하는 미덕은 완벽하게 무시한다. 제대로 된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적 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서를 소장하고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되새기는 작업이 필요하며, 지금 현재 어떤 글을 쓰고 있어 방대한 량의 배경지식이 필요한데에도 참고할만한 책이 곁에 없으면 엄청난 시간을 빼앗기고 마니 그처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공간과 장서를 두어 한 인간이 살며 발전한 경위를 살필 수 있는 서재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물질적인 것에 아무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욕심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르겠다고, '지적 생활의 발견'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든다. 은근하게 설득당한다고나 할까.

 

저자는 해밀턴의 '지적생활'을 읽으며 자신의 지적 한계를 넓혀가고 인간으로서의 크기를 키워가는 생활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듯, 책 곳곳에 해밀턴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는 '지적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는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인가 미국에서 쓰였는데 과연 늘 다시 읽어보고 싶을 만큼 큰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지적 생활의 발견'이 '지적 즐거움'에 못 미치는 책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 없지만, 가끔 지적생활을 하지 못해 영혼이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각성할 필요가 있을때 읽으면 약이 되는, 제법 쓸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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