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세 얼간이

gowooni1 2011. 10. 26. 22:03

 

 

 

미국 어디 어디와 통틀어 세계 3대 공과대학인 인도 IIT. 당연히 인도의 수재들만 합격할 수 있고 그 수재들은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 1등의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천재들이었다. 그러나 상대평가가 적용될 뿐인 세상은 아무리 천재들만 모아놨다 하더라도 열등생과 우등생으로 나뉘고, 열등생은 우등생의 우수함을 증명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존재해야 했다. 모든 사람이 우수할 수 있는 세상이란 사실 없는 거다. 꼭 우수해야 존재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하리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IIT에 입학을 했다. 하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는 IIT에 합격할만한 뛰어난 머리와 공부와 우정을 같이 중시하는 인간미 정도. 잘 생긴 얼굴이나 멋진 몸매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매력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런 매력이라면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알게 된 친구 라이언이 전매특허를 냈다. 라이언은 잘 생긴데다 조각상처럼 완벽한 신체를 가지고 있고, 겁도 없는데다 자신감이 흘러 넘치고, 부자 부모가 경제적 뒷받침을 든든히 해주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녀석이다. 하리와는 뭔가 멀어도 너무 멀다. 차라리 알록이 하리와 조금 동질감이 드는 녀석이다. 알록은 하리처럼 보통의 얼굴에 살도 좀 빼야하고 자신만만한 태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류이다. 게다가 알록은 어려운 집안 환경에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서 대학을 졸업해 돈 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가야 할 대사명을 지니고 IIT에 입학한 어깨 무거운 친구다.

 

인생의 예측불허함을 보여주는 예 하나, 이 맞지도 않을 것 같은 세 녀석이 모여 친구가 되었다. 둘,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을 이 세 사람이 열등생이 되었다. IIT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9점은 유지해줘야 우등생이 되고 평균은 6~7점이 나오는 인도 공과대학에서 하리, 알록, 라이언은 5점대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얼간이들이다. 아예 작정하고 베이스를 깔아주기로 결심하고는 하루에 세 시간만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청춘을 만끽하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시거나 대마초를 피우거나 스쿠터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하면서 자기네들 왈 인생의 황금기를 마음껏 즐긴다. 이를 위해 각자 과목을 두개씩만 맡아 공부하고 공유하기로 하는 시스템까지 세울 정도로 영악하다.

 

하리는 평범한 학생인만큼 평범한 고민을 하며 대학생으로서의 나날을 쌓아간다. 가장 큰 고민이라면 역시 잘 나오지 않는 학점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그런 학점으로는 당당할 수 없는 여자친구 네하다. 네하는 하리가 속해 있는 기계공학과의 학과장 딸인데, 이 체리안 교수는 열등생을 쓰레기 취급하기로 유명한 4년 연속 10점 만점 신화의 주인공이다. 만약 자신의 딸이 그 많은 우등생들 중 덜 떨어지기로 유명한 하리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끝장날 거라는 사실에 두려워하면서도 네하를 사랑하는 마음도 점점 커져만 간다.

 

『세 얼간이』는 세 명의 개성 다른 대학생이 만나 우정을 쌓아가면서 IIT에서 만들어나가는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쌓여 구성된 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IIT출신이라 어렵지 않게 소설의 무대를 구상했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일 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겪어가면서 얻는 생각들을 나열한 것이라기보다 그저 가볍게 사건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식의 서사다. 철저하게 대학생의 시점에서 쓰여졌으며 대화도 그만큼 가볍고 주인공의 생각을 빙자한 작가의 생각 강요와도 거리가 멀다. 술술 읽히고 쉽게 유쾌함을 얻을 수 있는 코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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